10년만 기준금리 3.0%…가계 이자부담 54兆 시대1430원대 미친환율…금융위기후 최고, 고물가 부채질IMF "내년 더 어렵다"…韓성장률 2.0% '턱걸이'추경호 "내년 상반기 특히 어려워…외환위기 아냐"
  • ▲ 고금리.ⓒ연합뉴스
    ▲ 고금리.ⓒ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한국은행이 12일 석달 만에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을 밟는 등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파고가 거센 데다 내년엔 저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7월에 이어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0.50%p 올렸다.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00% 시대가 찾아왔다.

    5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한은 사상 최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가 강해 역전된 한미 간 금리차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리 인상 가속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번 빅스텝으로 가구 금융이자 부담은 54조2063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0.5%)였던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2년도 채 되지 않아 14조5835억원이나 불어나는 셈이다.
  • ▲ 원/달러 환율 1430원 돌파.ⓒ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 1430원 돌파.ⓒ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마저 커지면서 외환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8원 오른 14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오름폭도 2020년 3월19일(40원 상승)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물가는 여전히 높고 불안하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6% 올랐다. 2개월째 5%대 상승률로 오름세는 둔화했다. 하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0.3% 상승하며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4.5%로, 5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다. 오름폭도 전달(4.4%)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 5일(현지시각)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다음 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산키로 한 데다 이달부터 전기·도시가스료도 오른다. 4분기 전기료는 이미 발표됐던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 인상분까지 포함해 한꺼번에 킬로와트시(kwh)당 7.4원이 오른다. 주택·일반용 도시가스료도 메가줄(MJ)당 2.7원 오른다.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설상가상 내년엔 경기회복세가 더욱 둔화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과 같은 3.2%로 유지했다. 한국은 2.6%로 기존보다 0.3%p 올려잡았다. 문제는 내년이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가 2.7% 성장할 거로 예측했다. 7월 수정전망(2.9%)에서 0.7%p 하향 조정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0.2%p를 추가로 내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0.1%p를 더 내려 성장률 전망치가 2.0%까지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다른 국제기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1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유지했으나, 내년엔 2.3%로 직전 전망(2.6%)보다 0.3%p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발표한 2022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2%로 종전보다 0.3%p 낮춰잡았다.

    당장 고물가와 고환율을 잡기 위해 빅스텝이 불가피하다지만, 경기침체(Recession)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체감경기 악화로 소비가 줄면 실물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도 부진하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발간한 '10월 경제동향'에서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말미암아 우리 경제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 경기회복세가 약화한 데서 더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어려움이 특히 클 것으로 전망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경기둔화 전망이 압도적"이라며 "내년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애초 2.5%였는데 분명히 그보다 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당장 외환위기처럼 단기간에 외화 자금이 부족해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진 아니다"며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보유외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단기외채 비중 등 여러 지표가 큰 차이가 있고, 성장률 전망치도 당시는 마이너스(-)였으나 지금은 플러스(+)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