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대표 7개월 만에 사임… 올해만 4번째'골목상권 침해-먹튀-모빌리티 매각-먹통대란' 등 악재 연이어컨트롤타워 부재 조직 성장동력 약화... 해외 전략 차질 불가피
  • ▲ 홍은택 카카오 대표 ⓒ카카오
    ▲ 홍은택 카카오 대표 ⓒ카카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잦은 리더십 교체에 따른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카카오 조직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카카오에 따르면 올해만 네 번의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기존 여민수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류 대표 내정자가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여 대표도 이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며 연임을 포기했다.

    이후 카카오는 3월 이사회를 통해 김범수 창업자의 최측근인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단독 대표로 선택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남궁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겠다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기도 했다. 그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양대 축으로 삼고 카카오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범수 창업자도 2007년부터 맡아온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에만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등기이사 7명 가운데 기존 사외이사 4명을 제외하고, 3명의 사내이사(김범수·여민수·조수용)를 교체하는 등 경영진 전면 교체에 나섰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에 따른 노조의 반발이 불거지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가 폭락하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결국 카카오는 7월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대표를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 올해 3월 말 남궁 대표가 단독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투톱 체제로 변경된 것.

    세 번의 리더십 교체를 단행해온 카카오는 3개월 만에 또다시 위기에 내몰렸다. 카카오 먹통 사태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남궁 대표는 취임 7개월만에 사임을 표명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올해만 네 번의 리더십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수장 교체를 빈번히 꺼내들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잦은 리더십 개편이 내부적 혼란을 유발하고, 향후 사업의 영속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궁 대표는 김 창업자와 함께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를 목표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해 왔다. 일본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거래액을 2024년까지 3배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남궁 대표는 비욘드 모바일을 중점으로 메타버스 등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카카오의 바깥 살림을 도맡아 온 남궁 대표의 부재가 해외 사업 전략에 리스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내부 살림에 집중해 온 홍 대표가 해당 사업을 직접 챙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조직의 결속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 교체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주주 친화적 차원에서 사업의 성과를 내는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김 창업자의 경영 복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