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명 의장 지배력 사라져… 허정석 체제 공고머티리얼즈 빈자리 일진전기가 대체할 듯 이익기여도 높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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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이 마무리되면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차남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모든 경영 성과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의 외형성장과 함께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이 마무리되면 일진그룹 내 허재명 이사회 의장의 영향력은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허진규 회장이 2010년대 초 2세 승계 당시 경영권 분쟁을 방지하고자 철저하게 계열을 분리, 형제경영체제를 완성해둬서다. 그간 일진그룹은 장남 허정석 부회장이 일진홀딩스 계열을, 차남 허재명 의장이 일진머티리얼즈 계열을 분리해 독자 경영해왔다. 

    세부적으로 보면 장남은 아버지로부터 일진홀딩스를 물려받아 산하 계열사들의 지배력을 확보했고, 차남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과반이상을 소유해 일진유니스코 등의 지배력을 갖췄다. 이에 따라 일진그룹은 한 지붕 아래 위치한 서로 다른 2개 기업 집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실제 두 계열 간 교차지분은 미미하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일진홀딩스와 일진다이아몬드 지분율을 각각 0.61%, 2.75%를 확보하고 있지만 허정석 부회장의 지배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장남인 허 부회장은 지주사인 일진홀딩스를 통해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일진디앤코, 일진하이솔루스 등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진홀딩스의 계열사별 지분율을 보면 일진전기 56.97%, 일진다이아몬드 50.07%, 일진디앤코 100%, 알파니엔메디칼시스템 94.05%, 일진하이솔루스 59.6%, 마그마툴 100% 등이다.  

    허정석 부회장은 일진홀딩스 지분 29.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개인회사인 일진파트너스를 통해서도 홀딩스 지분 24.6%를 보유하고 있다. 허 부회장이 일진홀딩스 지분 53.7%를 통해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견고한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제외하면 허재명 의장이 보유한 유의미한 계열사 지분은 비상장사인 일진제강 지분 7.39%에 불과하다. 일진제강의 경우 허진규 회장의 지분이 75.07%로 아직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장자 승계 구도가 확고해진 상황에서 돌연 허 의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즉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이 마무리되면 허 의장의 그룹내 영향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고, 허정석 부회장이 단독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온전히 자신의 경영 능력을 선보일 수 있게 되는 무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허 부회장이 일진머티리얼즈의 빈자리를 일진전기로 대체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진전기는 일진그룹 초창기부터 역사를 함께 한 핵심 계열사로 전선, 변압기, 차단기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일진홀딩스 자회사 가운데 가장 큰 매출과 영업익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진전기는 별도기준 매출액 5875억원, 영업익 139억원을 달성했다. 일진홀딩스 상반기 연결 매출액의 81.1%, 영업이익의 60.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다만 그룹 내 높은 이익기여도와는 별개로 재계 73위 그룹을 대표하기에는 미미한 규모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진전기는 전날 기준 시가총액 1622억원, 코스피 순위 619위에 불과하다. 재계 비슷한 순위의 아이에스지주(72위), 신영(75위), 농심(76위) 주력 계열사들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크다.  

    또한 그룹의 주력사업이라 꼽기에 시장 지배력도 애매하다. 일진전기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8.9%로 4위에 그쳤다. 같은 해 1위인 LS전선의 시장 점유율이 58.5%인 점을 감안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소차가 각광받으며 일진하이솔루스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 또한 그룹 위상과 규모에는 한참 모자라다는 평가다. 하이솔루스는 미래산업인 수소차 밸류체인의 핵심인 ‘수소탱크’를 만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1176억원, 영업익 100억원을 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을 사실상 허정석 부회장이 혼자 이끌게 되면서 향후 경영 성과 등을 모두 책임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머티리얼즈 매각으로 대기업 집단에서 빠지게 되면서 단기적으로 공정위의 내부거래 규제를 피해갈 수는 있겠지만 회사의 외형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은 숙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