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조세소위 구성 끝내 불발…여야, 입장차 못 좁혀 예산안·부수법안 처리기한 12월2일…시간 얼마 안 남아 與 '장바구니소득공제'·野 '지역상품권' 끼워넣기 눈총
  • ▲ 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 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기한이 12월2일로 2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가 내놓은 설익은 심의지침과 예산부수법안을 심의해야 할 조세소위조차 구성되지 않자 심도있는 심의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조세소위를 구성하려 했지만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않으면서 소위 구성에 실패했다. 여야가 소위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익히 알려진대로 조세소위원장 자리를 서로 갖겠다고 대치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여야는 조세소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여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인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조세소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거나,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을 패키지로 협상하는 안도 나왔지만, 여야 모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다수당인 민주당의 횡포로 1주택 종합부동산세 특별공제 3억원 적용 법안이나, 조세소위 구성이 되지 않고 있다고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여당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의 종부세 완화 약속을 깨뜨리고 민생을 외면한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지탄했다. 대통령실도 지난 8일 "민주당의 반대로 10만명이 종부세를 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펼쳤다. 

    야당도 이에 질세라 반격에 나섰다. 전날 기재위 전체회의가 파행된 뒤 민주당 소속 기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정부 견제와 상임위 운영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1소위(조세소위)는 민주당이 맡게 해달라고 제안했다"며 "국민의힘은 관례를 주장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 뿐이다. 국민의힘은 (타협안을) 4개월째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전을 통해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방안과 증권거래세 인하 등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재위 소속 의원실로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논의할 소위는 구성되지 않으면서 보좌진들만 힘든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여야의 예산안 심의 지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8일 물가 상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사용액 소득공제 한도를 현행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상향하는 '장바구니 소득공제'를 발표했다. 

    사실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는 소득양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2년 또는 3년 주기로 일몰을 연장해오면서 국회예산정책처는 물론 조세분야 전문가들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제 중 하나다. 세수감소 효과는 연간 2조원 가량으로 큰 편이지만, 저소득층에 세제혜택이 돌아가는지 여부에 대해선 효과가 불분명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법 개정사항을 국민의힘 지도부가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와 상의하지도 않고, 내놓으면서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징적인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에 7050억원, 어르신 일자리 확보 및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확대에 957억원,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및 단계별 인상에 1조6000억원, 고금리로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취약차주 지원 예산 확대에 1조2797억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문제와 효과성 분석없이 보조금 살포수단으로 쓰이고 있단 비판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은 채 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에 수천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속이 타는 것은 정부다. 한 정부 인사는 "모두 국회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가 이달 말에는 밤새 세법을 심의해야 할텐데,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