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 수렴 확신에 시간 필요""물가 상승률 전망 유지했지만 상승압력 확인"금통위원 6명 중 1명, 3개월 내 인하 여지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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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난 4월에 비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애초 시장의 7~8월 인하 기대와 비교하면 사실상 시점이 뒤로 밀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 언제 논의할지 시점이 불확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연 3.50%인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11회 연속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이 총재는 금리동결 배경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 환율 변동성 확대로 물가 상방 리스크가 커진 데다 지정학 리스크도 지속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 긴축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이후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졌기에 물가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지난 달 금통위보다 금리 인하 판단이 어려워졌다고 한 이유는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지면서 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종전 2.1%에서 2.5%로 큰 폭으로 올리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2.6%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성장률을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물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성장률 상향 조정폭의 4분의 3 정도가 순수출에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순수출은 물가에 주는 영향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률 전망을 바꾸는 과정에서 분명한 물가 상승압력이 있었다”면서 “하반기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3%에서 2.4%로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인 정책 방향 예고)는 지난 4월과 동일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향후 3개월 뒤에도 연 3.50% 유지를 지지했고, 1명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3개월 후에도 동결을 지지한 금통위원들은 물가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지만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목표 수준 수렴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의견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통화정책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시점 판단과 관련해 “물가가 안정되면 제약적으로 있는 금리수준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당연히 바람직하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트렌드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 속보치가 한은의 기존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과 관련해는 "대외 부분에서 4분의 3정도 놓친 부분이 있다"며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고 날씨 탓에 에너지 수입이 줄고 반도체 장비 수입이 감소했으며 내수에선 휴대폰이 출시가 돼 뒤에 있던 소비가 당겨졌다"고 말했다.

    다만 "전망에 실패하지 않았냐, 신뢰가 떨어지지 않았냐는 실패론에 대해선 당연히 겸손하게 하겠다"면서도 "왜 차이가 났고 이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게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1회 연속, 기간으로는 16개월째 동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