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경쟁률, 1년만에 한 자릿수로 '뚝'할인분양 등 파격조건에도 금리인상-집값하락 우려 '손절'미분양증가세 지속 전망…"미계약 장기화시 연쇄부도 가능성"
  • ▲ 서울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211 ⓒ연합뉴스
    ▲ 서울시내 아파트 재건축 현장. 221211 ⓒ연합뉴스
    "유보금이나 현금성 자산 등으로 견딜 수 있는 기업은 주택시장 침체기를 견디겠지만 한계기업들은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금리 인상 여파와 집값 하락 우려에 청약시장이 1년만에 고꾸라졌다. 국내 주택시장은 선분양이 다수인 만큼 청약시장은 시행사, 건설사 등 사업 주체의 자금조달 통로로 여겨진다.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할인분양' 카드까지 꺼내 들고 있지만 여전히 전망은 비관적이다.

    청약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익 구조가 열악한 중견·중소건설사나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는 이달 7일 기준 6548가구(사전청약·공공분양 제외) 분양에 6만988명이 1순위 청약을 넣어 9.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1년간 1721가구 모집에 28만1975명이 1순위 청약을 해 평균 163대1의 경쟁률을 보인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같은기간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자는 4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작년에는 5만1026가구 모집에 155만여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렸지만 올해는 5만647가구 모집에 42만3000여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경쟁률도 30.4대1에서 8.4대 1로 하락했다.

    지방도 1순위 청약경쟁률은 14.0대1에서 8.5대1로 낮아졌고 전국 경쟁률도 19.3대1에서 8.5대1로 떨어졌다.

    이같은 청약경쟁률 하락은 '악성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업계에서는 계약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행사가 애초 세운 분양계획이 틀어진다면 공사비 등 사업비를 조달할 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계약률 60% 안팎이면 준공까지 사업이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한동안 중단했던 파격적인 마케팅을 재개했다. 이미 분양중인 단지들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출혈 마케팅중이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계약금 정액제,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은 흔해졌다. 청약을 신청하기만 해도 백화점 상품권을 주거나 추첨을 통해 외제 차, 가전제품 등을 제공하는 파격 혜택이 넘처난다.

    아예 할인분양에 들어간 현장도 많다. 할인분양은 분양업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경기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현재 첫 공급 당시 분양가 8억원대보다 최대 2억5000만원 싸게 분양중이다.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일부 타입을 최대 15% 할인해 최초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분양하고 있다. 여기에 관리비를 대납해주고 2주택 이상인 경우 취득세를 일부 지원해주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그런데도 미분양은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통계'를 보면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7217가구로 이는 9월 4만1604가구에 비해 13.5%(5613가구) 늘어났다. 2012년 9년 12월 4만7797가구 이후 최대치다.

    서울의 경우 866가구로, 9월에 비해 20.4%(147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말 54가구에 비해서는 16배 이상 뛰었다. 또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전국적으로는 7077가구로, 9월보다 1.6%(122가구) 줄었으나, 서울은 12.3%(23가구) 증가한 210가구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는 데다 구축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가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만 청약설이 돌았던 '둔촌주공'조차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서울 도심, 분양가상한제, 대단지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아파트조차 '완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35.8이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전망하는 지표로, 100을 초과하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다. 10월 122.7에서 11월 131.4, 이달 135.8로 석 달째 증가세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앞으로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분양에 입주난까지 겹치면서 내년 상반기 중소·중견건설사가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9월 충남 지역 종합건설업체 우석건설이 부도 처리된 데 이어 경남 지역 시공능력평가 18위인 동원건설산업도 최근 부도가 났다.

    동원건설산업은 대구에 지은 근린생활시설이 대거 미분양되는 바람에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자금난에 몰렸다. 연 36% 사채까지 동원했으나 22억원짜리 어음 결제에 실패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개 건설사가 도산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8개의 건설사가 도산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까지 유동성 위기로 휘청이는 마당에 단순 도급 위주의 중견사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며 "내년 상반기에 중소·중견사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공급물량의 50~60%는 조합원이 확보했고 입지가 우수해 다소 부담이 덜하지만, 사업성이 낮아 미분양이 발생한 사업성은 미계약이 장기화할 경우 기성금을 주지 못해 공사가 멈출 수도 있다"며 "최근 PF 이자가 30%대에 육박해 자금력이 약한 중소사는 분양 실적에 따라 연쇄 부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