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손질 등 주52시간제 유연화…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대학, 자율성↑·교육교부금 지원…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토대로 메스금융·서비스·공공분야도 혁신… 경쟁력↑·차별해소·지속가능성에 방점전문가 "기업 발목 '노동개혁' 필수"… 尹 "노조부패, 3대 부패 중 하나"
  • ▲ 주52시간제 유연화.ⓒ연합뉴스
    ▲ 주52시간제 유연화.ⓒ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인 내년은 각종 정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리는 중요한 해다. 21일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래를 대비한 체질개선이다. 정부는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경제전문가는 노동개혁 하나만 잘해도 역사적인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 부패척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노조부패를 막는 방안으로 노조회계 감사를 제시했다.

    ◇노동·교육·연금개혁 손질…근본 체질개선 집중

    정부는 먼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 메스를 댄다. 근로시간은 연장근로 관리단위 기간을 현행 주(週)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 유연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연장근로 후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한다. 또한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도입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를 거쳐 내년 상반기 개편안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형 임금체계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꾼다. 이를 위해 직무별 임금정보 인프라를 구축하고, (가칭)상생형 임금위원회를 신설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도 나선다. 원·하청 상생모델 확산은 물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파견제도를 손보고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노동법제를 내년 하반기에 마련한다.

    교육개혁은 대학 자율성을 높이고 첨단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총정원 내 학과 자체조정 완전자율화 등 대학운영 4대 요건을 합리화해 온라인·공유대학 등 혁신을 유도한다. 교육부의 획일적인 대학 기본역량진단은 중단하고 기관평가인증 결과를 활용하는 등 평가체계를 개편한다.

    경영위기 대학에 대한 사업양도 허용, 과감한 규제특례 등을 통한 한계대학 구조개선·청산도 지원한다.

    재정도 지원한다. 학생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현행법상 유·초중등 교육에만 활용할 수 있게 한 교육교부금을 대학·직업교육, 지방대학 육성, 반도체 등 미래인력 양성 등에 쓸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아울러 대학이 지역혁신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게 재정지원 체계를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단계적으로 개편한다.

    실업계고 육성을 위해 국가전략산업 등 첨단분야 중심의 마이스터고 지정도 확대한다.

    연금개혁은 내년 3월 장기재정추계 결과를 토대로 국민연금 개혁안과 연기금운용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건강보험은 연 365일 초과 외래이용자의 본인부담률 상향 검토, 외국인 피부양자 가입자격 강화 등 단기 개선과제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진료비 지불제도 다변화, 수가 결정구조 개편, 건보 투명성 강화 등 중장기 과제는 논의를 거쳐 종합계획에 반영한다.

    요양보험은 부실 장기요양기관 퇴출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수급자의 합리적 이용을 위해 통합판정 체계를 도입한다.
  • ▲ 공공기관 혁신.ⓒ연합뉴스
    ▲ 공공기관 혁신.ⓒ연합뉴스
    ◇금융·서비스·공공 3대 경제혁신 병행

    정부는 금융·서비스·공공 분야 등 경제 혁신도 병행한다. 금융은 경쟁력 제고에 방점을 찍는다.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마련한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시장 규율체계도 단계적으로 마련한다. 불공정 거래 등에 관한 규제를 먼저 도입한 뒤 국제기준이 가시화하면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 규제를 보완한다.

    외환시장은 외국금융기관이 본인계좌가 개설된 은행이 아닌 제3의 은행과도 환전할 수 있게 제3자 FX(외환)를 허용한다. 개장시간 연장 방안 등 외환시장 선진화방안 후속조치도 구체화해 내년 말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서비스 분야는 우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갈등조정 거버넌스 마련 등 법·제도 기반을 확충한다. 자동차세차업, 소독·방제 서비스업 등 영세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을 중소기업 조세감면 특례 대상에 추가하는 등 제조업과의 차별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서비스분야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앞으로 5년간 정부서비스 R&D에 10조원쯤을 투자한다.

    공공부문 혁신도 박차를 가한다. 중앙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재정사업 성과관리를 강화한다. 묵히거나 놀리는 국유재산을 팔아 앞으로 5년간 총 16조원 플러스알파(+α)의 재원을 확보한다. 아울러 민간투자 대상 시설은 물론 수익형 민자사업(BTO)과 임대형 민자사업(BTL)을 혼합한 민자사업방식도 확대한다.

    지방재정은 채무관리 강화를 위해 지방채 발행한도외 차환채 인정비율을 2020년 현재 100%에서 2026년 30%까지 축소한다.

    공공기관은 정원조정, 예산절감, 자산매각 등 고강도 혁신을 지속한다. 공기업·준정부기관 42곳(32%)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해 간섭은 줄이면서 재량권은 확대해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한다.
  • ▲ 지난 4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내놓은 '중소기업 규제혁신을 위한 정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9월 중소기업 352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에 가장 부담이 큰 규제로 고용·노동 분야 규제를 꼽은 응답이 38.2%로 가장 많았다.ⓒ연합뉴스
    ▲ 지난 4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내놓은 '중소기업 규제혁신을 위한 정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9월 중소기업 352개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에 가장 부담이 큰 규제로 고용·노동 분야 규제를 꼽은 응답이 38.2%로 가장 많았다.ⓒ연합뉴스
    정부의 구조개혁·경제혁신과 관련해 일각에선 노동개혁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는 우리 정부만 노력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특정 산업을 정부가 키우겠다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노동·연금·교육·복지 개혁을 통해 각종 규제와 세금을 없애고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규제가 바로 노동시장 규제"라며 "(윤 대통령이) 임기 내 노동개혁 하나만 잘해도 역사적인 업적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경제자유도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중 하위권으로 노동분야 규제가 워낙 많다"면서 "한국 기업은 외환위기 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힘을 축적했다.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프레이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는 조사대상 162개국 중 145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尹대통령 "노조부패, 3대 부패 중 하나"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겸해 열린 기재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제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노동·교육·연금 개혁이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 내년은 개혁 추진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3대 개혁과제(노동·교육·연금개혁) 추진에 강한 의지를 밝히며 노동개혁이 최우선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노조 부패를 척결할 첫 번째 대상으로 꼽은 것과 관련해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노동 개혁을 우선 주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견제받지 못한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모든 노조가 회계 부정을 저질러온 부패한 집단이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일부 강성 노조가 윤 대통령에게 '노조 혐오'라는 프레임을 씌을 수 있어 확대 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읽힌다.
  •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