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로 고위험 상품 판매 위축… 방카슈랑스도 축소판매수수료 중심 비이자이익 확대 한계 부딪혀투자자문업·일임업 관심 있어도 "이익 창출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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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로 판매수수료 확대가 힘겨워진 가운데 방카슈랑스 채널 축소 조짐까지 보이면서다.

    수수료이익은 은행의 비이자이익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수수료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판매수수료 확대가 어려워진 은행들은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등을 탐색하며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긴 아직 힘든 상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 고위험상품 판매 막힌 은행들, 방카슈랑스 축소까지 '설상가상'

    홍콩 ELS 사태로 은행 창구에서는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고객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은행의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저위험 상품 판매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 판매가 중단되고 최근 은행 창구에서는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신탁, 방카슈랑스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시장까지 축소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 아래에선 방카슈랑스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미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손을 뗐다. 이제 방카슈랑스 채널을 보유한 손해보험사는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4곳 정도다.

    ◇ 은행들의 숙원 사업인 '비이자이익 확대'

    비이자이익은 시장 환경이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자이익과 달리 은행의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한다. 또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불러오는 은행의 이자이익 편중을 완화할 수 있어,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하지만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여전히 10%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2022년과 지난해 은행권 총이익 중 비이자이익 비중은 각각 5.8%, 8.9%에 불과했다.

    국내 은행의 경우 보험, 펀드 등의 판매수수료가 수수료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동화기기(ATM) 인출, 환전, 송금 등의 수수료는 무료인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은행은 수수료이익이 비이자이익에서 큰 축을 담당한다. 따라서 금융 상품 판매가 위축된 현상황에서는 비이자이익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활로 찾아 나선 은행권, 투자자문업에 눈길 돌리지만…

    판매수수료 확대에 제약이 생긴 은행권은 투자자문업 진출을 고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문업은 돈을 받고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을 자문해 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이 투자자문업 라이선스 취득 준비에 착수했다. 신한은행도 투자자문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 중 가장 먼저 투자자문업에 뛰어든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투자자문업 고도화를 위한 준비 중에 있다"며 "PB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투자자문업과 자산관리 서비스 연계를 통한 추가적 시너지 창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문업으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은행이 자문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 것이 고객님들께 조금 이른 개념일 수 있어 (투자자문업 활성화) 시기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진출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홍콩 ELS 사태로 투자일임업 진출과는 더욱 멀어졌다는 평가다. 은행의 ELS 판매 전면 금지까지 언급되는 마당에 투자일임업 허용은 무리라는 얘기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 투자 판단을 일임받아 대신 운용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은행은 금융상품 판매수수료 위주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탈피할 수 있어 비이자이익 확대가 용이해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와의 시너지 측면에서 투자일임업이 진행될 경우 투자자문업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현재 투자일임업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 제한적으로 열려있는 상황이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과 관련해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키우고자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금융투자업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이를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