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객관성·전문성 확보… 내년 1월까지 자율점검 안내여론조사서 '민주노총 회계투명성 강화'에 70%가 찬성尹 "노조부패, 3대 척결부패중 하나…투명 회계 필요"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연합뉴스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윤석열 정부가 '깜깜이 회계' 지적을 받는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 장관은 "1987년 이후 양적으로 성장한 노조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노조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지고 있다"며 "노조가 그동안 기업에 대해선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 통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지난 23·24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노조 부패 척결' 발언에 대해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감'한다는 의견이 49%, '비공감' 의견은 48%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예산이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재정에 대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찬성한다'는 응답이 70%였다. '반대' 응답은 22%에 그쳤다.

    노동부는 먼저 노조가 자율적으로 재정의 투명성을 점검·보완할 수 있게 한다는 생각이다.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조와 연합단체 253곳을 대상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라 재정 관련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이행하도록 내년 1월 말까지 자율 점검을 안내하기로 했다. 조합원이 노조 재정 운용 상황을 확인하고 법을 어겼을 경우 시정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노동부는 이어 노조 회계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법을 고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노조 재정 투명성 제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면서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시기를 명시해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20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른바 '노조 깜깜이회계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 법안은 회계감사자의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 보유자로 정해 전문성을 확보했다. 노조 측의 '셀프 감사'를 막으려는 조처다. 또한 300인 이상 대기업·공기업 등 대규모 노조가 행정관청에 회계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다. 예산·결산서 등 노조원이 열람할 수 있는 회계자료 목록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 의원은 "노조는 자치조직이란 이유로 회계는 성역화돼 왔고, 현행법은 노조의 깜깜이 회계를 부추겨왔다"며 "현행 노조 회계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고 설명했었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113만명에 이르고 연간 조합비가 무려 17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들은 정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십억원 이상의 예산 지원도 받는다"면서 "이런 거액의 돈이 외부 감사의 눈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겸한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 개선을 하기 위한 개혁을 가동해야 한다"며 집권 2년 차를 맞아 노동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 한편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서전교 부장판사)는 21일 노동조합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진병준 전 위원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진 전 위원장은 2019년부터 3년여간 법인카드를 유용하거나 노조 집행부에 상여금을 준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노조비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조합비 7억5000만원과 복지기금 4100만원에 대해 횡령죄를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투명한 회계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조합비를 유용해 조합원에게 좌절감과 분노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