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2.8조 유상증자 결정…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박차LG엔솔-얼티엄셀즈, 美 국채금리로 자금 조달2025년 북미 시장 비중 45% 확대… 현지 공략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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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를 위해 자금 마련에 분주하다.

    배터리 공장의 경우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 속 시장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실탄 장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SK이노베이션이 2조원,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가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는 내년 중 최대 5000억원을 추가할 예정이어서 SK온의 자금 확보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최근 물량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는 SK온 입장에서는 사업 성장에 속도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을 통해 미국 및 유럽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도 손을 잡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5월 포드와 총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켄터키주 및 테네시주에 연간 총 129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 생산기지 3개를 구축키로 했다. 지난달엔 포드와 협력하는 합작법인 '블루오벌SK' 기공식을 열며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주요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급 시점은 2025년 이후다. 공급 물량, 협력 형태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온의 성장 속도도 빠른 상황이다. 올해 말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77GWh로 지난 2017년(1.7GWh)과 비교해 5년 만에 45배 넘게 성장했다. SK온은 오는 2030년까지 500GWh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해 글로벌 1위 배터리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현지에서 국채금리로 대규모 장기 투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얼티엄셀즈에 25억달러(3조2600억원)의 대출 지원을 실시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에너지부가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라 배터리 제조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첫 사례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이미 양산을 시작한 오하이오 합작1공장을 비롯해 테네시 합작2공장, 미시간 합작3공장 등 3개 지역에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3개 공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 145GWh 규모다.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약 2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인디애나주에 4공장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이번 조달 금리는 미국 국채금리 수준이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3.6%(지난 9일 기준) 정도다. AA급 회사채가 일반적으로 2~5년 만기로 금리가 5~6% 수준인 걸 감안하면 2%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배터리 업계가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도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의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북미 배터리 시장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10.1GWh로 작년 동기보다 24% 증가하며 일본 파나소닉(4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이어 SK온과 삼성SDI가 점유율 4위(10%)와 5위(8%)를 나타냈다. 

    SK온은 배터리 사용량이 작년 동기 대비 646% 급증하면서 시장점유율도 7위에서 4위로 3계단 상승했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도 작년 동기보다 282% 급증했다. 

    북미 지역은 전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예상되는 곳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있다. 올해 1∼10월 판매된 북미 전기차(EV, PHEV, HEV)의 배터리 사용량은 56.4기가와트시(GWh)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만든 IRA 영향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한국 배터리 업체의 영향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기후변화 대응, 노인층 약값 인하, 에너지 안보 등에 4300억 달러(약 558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등 법인세와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에는 3690억 달러(약 479조원)가 투자된다.

    전기차도 대상인데 차량 구매자에게 차종에 따라 일정 기간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되 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요건을 부가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배제시켰다.

    실제로 법안에는 비(非)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전기차가 조립·생산될 것 ▲배터리와 핵심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배터리의 경우 2023년까지 구성요소의 50%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쓰도록 하고 2027년부터는 이 기준을 80%까지 끌어올리도록 했다. 핵심광물은 미국산 비율을 2023년까지 40%를 시작으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27년부터는 80%에 도달하도록 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 사업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봣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 중 미국의 비중은 지난해 3%에서 2025년 44%로 뛸 것으로 예상했는데,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6.5%에서 69%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2025년까지 미국 내 공장 설립에 총 4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첨단제조 생산세액 공제 제도를 활용해 19조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이 장기 계약을 통해 핵심 광물을 미리 확보하고 배터리 공급망 수직계열화에 성공하면,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호주 등 현지 업체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LG엔솔은 지난달 20일 호주 시라(Syrah Resources Limited)와 천연 흑연 공급 업무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캐나다·미국·독일 업체와 코발트 및 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지난 4일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고품질 수산화 리튬 총 5만7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전기차 약 12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칠레는 미국과 자유 무역 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IRA 요건 충족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이다. 

    삼성SDI는 지난 9월 중국 최대 리튬기업 간펑리튬의 주식 1662만2000주(약 1800억원어치)를 매각하고 해당 매각대금을 공급망 다변화에 사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