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벌금 2억원… 쌍방 항소 제기조 회장, 혐의 모두 인정… 벌금형 그쳐내년 경영환경 불확실성↑… 선제적 조치
  • ▲ 조현준 효성 회장.ⓒ연합뉴스
    ▲ 조현준 효성 회장.ⓒ연합뉴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리스크를 털어내고 내년도 경영에 집중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부장판사 양지정 전연숙 차은경)는 22일 조 회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쌍방의 항소를 기각하고 조 회장과 효성 법인에 1심과 같이 각각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모 전 효성 재무본부 자금팀장과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 효성투자개발 법인에게도 1심과 같이 각각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당심에서 변호인 측이 많은 주장을 펼쳤지만 대부분 사유는 1심 판결에 반영된 걸로 보이고 검사 측 주장 사유 역시 대체로 반영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행정사건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당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고인들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런 사정만으로 원심 형을 변경할 만한 사유로 삼기는 부족하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2014년 12월 경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경영난으로 부도 위기를 맞자 그룹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GE가 발행한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4월 효성이 그룹 차원에서 GE의 지원방안을 기획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 뒤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했다.  

    앞서 지난 3월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GE 매출이 주로 해외 시장에서 발생해 국내 시장에서의 거래 공정성이 저해된 정도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고 효성투자개발이 거래로 인해 입은 실질적 손해가 없었다고 평가해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양벌 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효성 법인과 효성투자개발에도 각각 2억원과 5000만원을 선고했다. 

    효성그룹 측은 재판 결과와 관련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상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내 상고가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앞서 양형부당으로 항소에 나선던 조 회장과 효성 측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을 두고 오너리스크를 털고 내년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제적 부담요인을 해소하고 책임경영에 나섰다는 평가다. 

    지난해 사상 최대 호황을 맞았던 효성그룹은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등 주요 화학계열사들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지주사까지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은 올해 3분기 연결 영업손실 512억원을 달성했다. 분기 최대 적자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87억원으로 전년 4929억원 대비 84% 줄어들었다. 

    내년부터 석유화학 업황이 점차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국내외 경영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하는 등 물가상승과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이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높은 금리와 물가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난과 연쇄적 부도를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판과 이미지 실추 등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은 부담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내년 경영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이 이어지면서 내용에 관계 없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기업 이미지 실추 등 경영자로서는 부담 요인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재판 결과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만하지 않아 정리할 일은 정리를 하고 사업을 준비하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