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곳 2.7만호 후보지 철회…추가 줄이탈 가능성 무게재산권 침해-사업성 저하 탓…민간사업 전환 첩첩산중
  • ▲ 서울 빌라단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빌라단지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중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이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이에 따른 후보지 이탈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신규 사업지 선정이 더뎌지는 가운데, 후보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어 사실상 추진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1년 2월 도입된 도심복합사업이 여전히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노후 도심지역에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공공시행으로 절차를 단축해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76곳 10만호의 후보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토지 강제수용 비판이 제기되면서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도입 2년이 채 되기도 전 21곳의 후보지가 이탈했다. 

    지난 25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사업 철회 후보지는 서울 강북구 수유역 남측 1·2, 삼양역 북측, 부산 전포3구역 등 21곳으로 총 2만7000호 규모다. 정부가 처음 계획한 10만호 중 5분의 1 이상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들 후보지는 주민동의율이 30%에 못미쳐 사업 진행이 어렵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거래도 막혀 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돼 왔다.

    기존에는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 지정 이후 6개월이 지난 뒤 주민 50% 이상 반대를 얻어야 후보지 지정 철회가 가능했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점차 확산되자 법정단계인 예정지구 지정 전이어도 동의율이 낮다면 사업 철회를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결국 21곳의 후보지가 후보지에서 빠지게 됐다.

    이번에 ▲강서구 화곡2동 주민센터 인근(5580호) ▲양천구 목4동 강서고 인근(4415호) ▲서울 양천구 목동역 인근(1988호) 등 3곳을 9차 후보지로 추가 지정하기는 했지만, 이는 8차 이후 11개월으로 사업이 더뎌지고 있는 데다 철회 요구도 커지고 있어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절반 이상이 주민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등 사업동력도 떨어진 상태다. 국토부는 ‘8.16대책’에서 후보지 76곳 중 45곳이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동의율 66%를 충족해 지구 지정된 후보지는 ▲서울 증산4구역 ▲신길2구역 ▲연신내역 ▲쌍문역 동측 ▲쌍문역 서측 ▲방학역 등 서울 6곳과 ▲인천 제물포역 북측 ▲경기 부천 원미 등 8곳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기존의 주민 반발에 더해 시장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지면서 후보지들의 ‘도미노 이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지정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투기수요 차단이라는 명목으로 2021년 6월 29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지정했다. 이날 후보지 내 주택을 매수한 자는 주택 보유수와 상관없이 현금청산 대상이 된 것이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8·16대책에서 후보지 발표 전 주택을 매수한 현금청산 대상 1주택 소유자에게 특별공급권을 부여하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다주택자는 여전히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돼 반대가 큰 상황이다.

    후보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충분한 주민 설득 과정 없이 정책이 하향식으로 추진된 탓에 갑작스럽게 거주지가 사업 후보지로 묶여 팔지도 못하고, 이사도 못가는 애매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적잖다"며 "재개발은 동의율이 75%를 넘어야 하는데, 66%만 동의하면 투지 수용이 가능토록 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달라진 시장 상황도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업이 처음 추진될 당시인 2년 전과 달리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집값이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서울의 한 도심복합사업 대책위 관계자는 "서울 집값 하락으로 일반분양가와 우선공급 분양가 간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정부마저 민간개발을 밀어주고 있는 마당에 굳이 공공사업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도심복합사업을 철회한 후보지들은 추후 민간 도심복합사업, 재개발 등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미분양 리스크 등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 추진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민간사업으로의 전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