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 후보군 선정 올해 넘길 듯연말 임원 인사 및 새해 경영 계획도 미뤄져구 대표 '디지코' 차질 불가피… "경선 조속히 치러져야"
  • KT의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이 장기화되면서 새해 경영 로드맵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이 미뤄지면서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KT에 따르면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는 구현모 대표와 경선을 벌일 차기 대표 후보군의 일정과 방식을 논의 중이다. 이는 연임 적격 평가를 받은 구 대표가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요청에 따른 후속 조치다.

    지배구조위원회는 후보군 선정에 고심하고 있어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 운영 규정 7조(이사회가 현직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심사를 결정할 경우 차기 대표 후보군을 현 대표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선정하도록 하는 규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앞서 황창규 전 KT 회장 연임 당시에도 해를 넘긴 바 있다. 황 전 회장은 연임 우선심사 대상으로 2017년 1월 6일에 CEO 추천위원회가 구성됐다. 이후 20일뒤인 26일에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된 바 있다.

    KT 차기 대표 선임이 장기화 국면을 맞이하면서 통상 11~12월에 진행했던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도 미뤄지고 있다. 신년 경영계획 수립도 지연되면서 경영 공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구 대표가 추진해 온 디지코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 대표는 2020년 취임 당시부터 탈통신 기조 아래 디지코 전략을 실행, KT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의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역량'을 강화해 신사업의 성과는 물론,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 시켰다는 것. 이 같은 성과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 등 구 대표의 사법리스크 우려를 불식시키며 이사회로부터 연임 판단을 끌어냈다는 해석이다.

    이통3사는 내년 인공지능(AI)을 필두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IDC), 미디어, 금융 등 신사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구 대표 역시 초거대 AI '믿음(MIDEUM)'을 상용화하고, 디지털혁신(DX)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늦춰지면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영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구 대표의 지주형 회사 전환도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는 밀리의서재, 케이뱅크 등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새로운 경영 로드맵을 발표한 상태"라며 "KT는 차기대표 경선을 조속히 마무리 해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 차기대표 후보군으로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이경수 전 KT네트웍스 네트워크엔지니어링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사장,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