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100억이상 불복소송 패소율 23%… 직원평가에 소송결과 반영키로가상자산 등 신종탈세는 평가서 제외… 직원들 "정당과세 위축·조사국 기피"
  • ▲ 국세청 ⓒ국세청
    ▲ 국세청 ⓒ국세청
    국세청이 과세품질 제고를 이유로 직원 평가에 조세 관련 소송 결과를 포함하는 방안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세청은 국세공무원의 책임과세를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 안팎에서는 직원들의 정당 과세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일 '2023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국세공무원에 대한 업무평가 시 소송결과도 반영해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과세를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는 직원 평가에 행정심 결과까지만 반영된다.

    국세청 불복절차는 과세전적부심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를 거친 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하는 심판청구까지가 행정심이며, 현재 국세공무원에 대한 평가에는 심판청구 결과까지만 반영된다.

    국세청이 조세소송 결과까지 직원 평가에 반영하겠단 이유는 패소율 때문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21년 1341건의 처리소송 중 149건에서 패소 또는 일부패소했다. 패소율 11.1%로 불복소송 10건 중 1건 정도만 패소한 셈이다.

    하지만 고액 소송의 패소율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국세청은 지난 2021년 소송가액 10억 원 미만 소송에서는 7.6%의 패소율을 보였지만, 10억~50억 원 미만 소송에선 20.2%의 패소율을 기록했다. 50억~100억 원 미만 소송에선 34%, 100억 원 이상 소송에선 23.4%의 패소율을 나타냈다.

    국세청의 고액소송 패소율은 국정감사 단골메뉴다. 질타가 쏟아지며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국회의 요구가 잇따른다. 국세청이 이에 화답하듯 내놓은 것이 직원 평가에 소송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상여금 삭감' 밝혔다가 '역풍'… 그런데도 강행?
  • ▲ 지난해 7월 열린 2022년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김창기 국세청장. 국세청은 당시 소송에 패소한 하위 직원의 상여금을 삭감하는 내용을 발표해 직원들의 반발을 샀었다. ⓒ연합뉴스
    ▲ 지난해 7월 열린 2022년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김창기 국세청장. 국세청은 당시 소송에 패소한 하위 직원의 상여금을 삭감하는 내용을 발표해 직원들의 반발을 샀었다. ⓒ연합뉴스
    국세행정 운영방안에 포함된 이같은 내용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이 아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소송 결과를 직원 평가에 포함하고 평가 하위 직원에 대해선 상여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국세청 직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소송에서 패소하고 싶은 국세공무원이 어디 있느냐며 적극 과세가 위축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세청은 '상여금 삭감' 내용을 슬그머니 감췄다.

    대신 직원들의 정당한 과세가 위축되지 않도록 가상자산이나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한 신종 탈세에 대해선 소송에서 지더라도 평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논란이 됐던 상여금 삭감 등의 불이익도 철회하지 않고 올 연말 직원평가 때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소송까지 가서 결과가 나와야 과세여부가 결정되지만, 현재는 행정심(심판청구)까지만 직원 평가에 포함하다보니, 소송에 대한 직원들의 책임이나 관심은 부족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과세했던 직원이 소송을 직접 수행하진 않더라도, 소송을 수행하는 직원과의 소통을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과세부터 불복소송까지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이상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국세공무원들은 과세시점과 소송시점의 시간차, 주기적인 인사이동 등으로 말미암아 소송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앞으로 직원 평가에 소송결과를 반영한다면 소송 과정에서 과세 당사자의 적극적인 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단 의도가 깔린 셈이다.

    ◇정당과세 위축 우려… '타협 과세' 등장할까
  • ▲ 지난 2일 열린 2023년 상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 이날 발표된 국세행정 운영방안에는 과세품질 제고를 위해 직원 평가에 소송결과를 포함하는 안이 포함됐다. ⓒ국세청
    ▲ 지난 2일 열린 2023년 상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 이날 발표된 국세행정 운영방안에는 과세품질 제고를 위해 직원 평가에 소송결과를 포함하는 안이 포함됐다. ⓒ국세청
    국세공무원들의 반응은 지난해 7월이나 현재나 큰 차이 없이 냉소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의 정당 과세를 위축시킨다는 우려와 함께 조사국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A국세공무원은 "국감 때마다 패소율을 지적하니, 내놓은 대안이 이번에 발표한 것인데 사실 답이 없는 문제"라며 "이렇게 한다고 패소율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국세공무원은 "패소율을 낮추려는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이 안이 시행되면 정당 과세가 위축될 것이다. 신종 탈세유형은 과세평가에서 제외하더라도, 신종 탈세가 가상자산 등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며 "직원들이 노는 것도 아닌데, 심판청구 단계에선 해당 과세에서 직원들을 해방시켜주는 것이 맞다. 계속해서 일이 쏟아지는 직원들한테 소송 부담까지 준다면 다들 조사국을 기피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세무대리인은 "이 방안이 시행된다면 국세공무원 입장에선 최대한 불복소송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할 것"이라며 "납세자가 반발하거나 불복을 제기할 것 같은 사안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타협 과세'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국세공무원도 "소송까지 갔다는 것은 행정심(심판청구)에선 국세청이 이겼단 것인데,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했다고 하더라도 그 직원이 잘못 과세했다고 할 순 없다"며 "총알(돈)이 많은 대형 로펌을 예산이 부족한 국세청이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해석차이가 아닌, 처음부터 법 적용을 잘못한 과세에 대해서만 직원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