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수출 감소폭 확대… 양호하던 대미 수출도 6.1%↓, 감소 전환""내수 회복세마저 약화… 공공요금 인상에 1월 소비자물가 5.2%↑""제조업 경기둔화가 고용 증가세까지 약화… 중국 리오프닝 관건"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기 둔화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수출 부진 심화에 고물가 등의 여파로 내수 회복세마저 둔화하면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내놓은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11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12월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었다. 연이어 한층 더 어두워진 경기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경기둔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이 부진하다. KDI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감소세가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수출 실적은 1년 전과 비교해 16.6% 급감했다. 감소 폭도 전달(-9.6%)보다 커졌다. 반도체(-44.5%)를 비롯해 철강(-25.9%)과 석유화학(-25.0%)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이 심화했다.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대(對)중국 수출(-31.4%) 감소 폭이 커진 가운데 그동안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대미 수출(-6.1%)도 감소로 돌아섰다.

    소비 위축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2.5% 줄었다. 감소 폭도 전달(-2.1%)보다 확대했다.

    설상가상 고물가는 이어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5.2% 상승했다.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난방비가 급등했다. 지각 인상된 요금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체감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3.2%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전달(10.7%)보다 크게 둔화했다. 제조업 부진의 여파로 투자 증가 폭이 축소됐다.

    KDI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기 둔화가 반영되면서 고용 증가세까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앞으로 경제 향방에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중요한 변수가 될 거로 전망했다. 움츠러들었던 중국의 경기가 풀리면 수출 회복에 호재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중국 리오프닝 여파로 한국 전체 수출이 3.6%포인트(p) 회복할 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