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당국, 전액 상각 강행"국내은행은 극단적 상황에서나 가능"투자위축→자금경색 전이 우려
  •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크레디트스위스(CS)의 부실과 매각 과정에서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AT1)이 전액 상각되면서 채권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발행된 코코본드 잔액은 6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종자본증권이 25조1000억원(63%), 후순위채 42조5000억원(37%)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국내 은행 발행 잔액은 전체의 56.1%인 37조9000억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를 청산할때 주식보다 권리가 앞서는 자본 성격이 강해 회계상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광 받았다. 하지만 기업의 콜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커 온전한 자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논란 속에서 스위스 은행 당국이 UBS가 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60억 스위스프랑(약22조6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전액 상각해버린 것이다. 국내 규정에도 부실채권 발행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전 예고 없이 전액상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금리 고공행진과 함께 높은 수익률로 눈길을 끌었던 신종자본증권 투자에 막대한 리스크가 생긴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이 있었는데 CS 사태 이후 다시 살펴보고 있다"며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며 수요가 얼마나 줄어들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규제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는데다 신종자본증권이 금융사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와 유럽의 신종자본증권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 상각 가능성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BIS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2.26%, 기본자본비율 13.51%, 총자본비율 14.84%로 모두 규제 비율을 상회하고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96.1%,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6.8%로 국내 금융규제 기준을 상회한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BIS 총자본비율이 2% 미만으로 하락해야 가능한 부실금융기관 지정이나 경영개선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다만 코코본드 리스크 확산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은행들의 자금조달처가 줄어들어 대출영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코본드라는 조달 방식의 안정성이 훼손된 만큼 은행들이 자금조달 방법에 고민과 비용 부담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