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지분 장부가액 전년비 60% 이상 줄어작년 4월, 보유 지분 매각 검토까지“기술기반 기업 투자 대부분… 향후 행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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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립 70주년을 맞은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활발히 이뤄지는 투자와 별개로 가시화되지 않는 수익성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8년 ‘마켓컬리’ 투자를 시작으로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고, 이어 2020년 미국 실리코밸리에 현지 투자 법인 ‘하이코캐피탈’을 설립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그해 말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조직을 개편했고, 이듬해인 2021년부터는 투자회사로서의 면모를 과감없이 발휘해왔다.  

    SK네트웍스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펀드투자와 직접투자를 합해 2100억원, 총 20여건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말까지 하이코캐피탈을 통해 투자한 금액만 9560만달러(한화 1200억원) 이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020년 데이터센터 전문 투자 펀드인 ‘IPI파트너스 II-A’, 헬스·바이오 등 생명과학 분야 전문 펀드인 ‘DCVC바이오II’ 등의 펀드출자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는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투자도 단행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결제 시스템 개발사 스탠더드 코그니션과 뇌질환 진단·치료 솔루션 기업 엘비스, 버섯균사체로 대체 가죽을 만드는 마이코웍스, 트랙터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사반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투자 건수와 별개로 수익성 부분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네트웍스의 첫 직접 투자처로 불리는 마켓컬리(이하 컬리)가 대표적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네트웍스가 가진 컬리 보유주식수 124만4135주(지분 3.24%)의 장부가액은 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823억원 대비 60.6% 감소한 수준이다. 

    회사는 “시가평가 및 공정가치평가로 인한 장부가치 변동에 따른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늘어난 적자로 지난해 컬리의 기업가치가 줄어들면서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지분가치도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18년 컬리의 시리즈C 라운드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해 첫 출자액은 81억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2020년, 2021년 각각 70억3600만원, 82억6400만원을 투자하는 등 총 234억3000만원까지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SK네트웍스의 보유 지분을 고려하면 주당 매입가격은 1만8832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까지 장부가치가 원금을 상회하고 있지만 이는 투자금액의 1.4배에 불과해 수익을 냈다고 보긴 어렵다. 앞서 2021년에만 해도 컬리는 주당 가격 10만원에 기업가치 4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이 가격으로 SK네트웍스의 컬리 보유분 지분가치를 산출하면 1244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내는 것이 가능했던 시점이었다. 

    지분가치가 줄면서 SK네트웍스는 지난해 4월 ESG 경영위원회를 열어 컬리 지분 일부 매각의 건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매각이나 추가 매입 등 결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컬리의 상장 계획이나 추후 실적 등에 따라 SK네트웍스의 투자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SK네트웍스의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성공적 전환 여부가 수익성 창출 시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투자대상이 대부분 기술 기반 초기기업이라는 점에서 수익을 내는 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이 미래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