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낙폭, 지표금리의 2배…은행권 '돈 장사' 비난 의식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들썩...한 달 새 2조원대 증가이창용 총재 "당분간 긴축 유지될 것"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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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약 1년 반 전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풀린 상태에서 금리까지 떨어지자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한은이 '당분간 긴축'을 강조하는데도 시장이 의도와 다르게 반응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40∼5.801% 수준이다. 3월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7%포인트 하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19%포인트(4.478%→3.859%) 떨어진 것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추이를 보면 14일 현재 수준(3.640%)은 2021년 9월 말(3.220%)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다. 대출금리가 통화 긴축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680∼6.060%)도 한 달 보름 사이 하단이 0.740%포인트 낮아졌다. 은행채 1년물 금리 하락(-0.411%포인트)과 관계가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현재 연 4.180∼6.631%로 하단이 0.740%포인트 내려왔다.

    하지만 최근 은행 대출금리 하락은 단순히 지표금리 흐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의 하락 폭(0.770%포인트)은 지표금리(은행채 5년물·0.619%포인트)보다 0.151%포인트 크다.

    더구나 신용대출 하단의 낙폭(0.740%포인트)은 지표금리(은행채 1년물·0.411%포인트)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한 달 반 동안 0.740%포인트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지표금리 코픽스(COFIX)는 절반 수준인 0.290%포인트(3.820%→3.530%)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보다 더 크게 하락한 이유는 연초부터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돈 잔치' 비난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후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0.3%포인트에 달하는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췄다.

    위축됐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잔액 800조8천억 원)은 2월 말보다 2조3천억 원 늘었다.

    앞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1월(-3천억 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한 달 새 다시 불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자금 대출이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 원 이상(2조3천억 원) 감소한 것을 고려했을 때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약 4조6천억 원이나 급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가 부진에서 벗어난 것도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여전히 긴축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 하락과 자금 동향 등을 고려했을 때 한은이 의도한 만큼 긴축 효과가 있는지, 당국의 금리 개입이 한은의 통화정책과 충돌하지 않는지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긴축 효과에 대한 의문과 당국과의 엇박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4일 워싱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수준이 완화적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고 유동성(M2) 추이나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봐도 금리 수준은 현재 상당히 긴축적"이라며 "다만 현재 수준이 충분한지(충분히 긴축적인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어떻게 꺾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대금리차의 경우 작년 11월, 12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더 많이 벌어졌는데 은행 산업의 과점적 요소도 있어 정부가 마진을 좀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의도와 달리 지나치게 떨어지는 현상은 금통위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2월 23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어음(CP)·회사채 발행과 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금융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했던 수준에 비해 완화적인 것은 아닌지 다양한 유동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 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