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익 1조 이상 감소PF잔액 27조… 브릿지론 불안본업 보다 부업… 자산건전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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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뒀던 캐피탈사들이 올해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업인 자동차할부 시장에 신용카드사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새로운 수익처로 부동산 시장에 눈을 돌렸다가 유동성 위기를 맞은 회사들이 수두룩하다.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 캐피탈사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부동산PF 시장이 연착륙한다면 다음 기회를 도모할 수 있겠지만, 상황이 부정적으로 흘러간다면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당기순익 3.4조, 올해는 '급전직하' = 4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할부금융, 리스, 신기술금융 등 148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지난 한해 잠정 당기순이익은 3조4067억원으로, 전년(4조4562억원)에 비해 1조495억원(23.6%) 감소했다.

    '유동성 파티'의 정점을 찍었던 2021년의 순익에는 못 미쳤지만 카드사 수익(1조8282억원)과 비교했을 때 3조원대 수익은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특히 신기술금융회사의 주식평가손 영향을 제외하면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오히려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역대 최고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딱 여기까지'라는 데 있다. 캐피탈사의 본업은 할부리스업인데 해당 자산은 2018년 54조원에서 2022년 74조원으로 4년간 약 30조원 늘었다. 반면 부수 업무로 볼 수 있는 대출 자산, 유가증권 자산 등은 같은 기간 88조원에서 152조원으로 64조원 증가했다. 고유업무 자산이 30조원 늘어날 동안 부수업무 자산은 두 배 넘게 더 늘어난 것이다.

    이는 캐피탈사가 본업인 할부리스업보다 대출과 투자에 더 몰두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출의 상당 부분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PF가 차지하고 있다. 작년까지 고수익을 안겨준 대출 및 투자자산이 올해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설상가상 공격적 영업의 결과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전문가들이 올해 캐피탈사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 보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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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PF대출 급증, 대규모 손실 우려 =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년말 기준 캐피탈사의 기업대출 규모는 42조5000억원이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대상이었다. 4년 뒤인 2022년말에는 82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늘어난 대출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PF 대출이 차지했다. 수익성 저하로 고민 많던 카드사들이 자동차금융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빼고는 본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캐피탈사는 카드사보다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조달금리에서 불리해 원가경쟁력이 밀린다. 이에 눈을 돌린 곳이 저금리로 개발 붐이 한창이던 부동산 시장이었다.

    2011년 부실의 늪에서 혼쭐이 난 경험이 있는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에 비교적 신중히 접근했다. 하지만 캐피탈사들은 달랐다. 선봉은 메리츠금융그룹이 섰다. 다수의 부동산PF 사업장에 뛰어들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의 초입에 진입했기 때문에 좋은 사업장이 널렸는데 경쟁자는 적었다. 메리츠의 성공을 보고 재빨리 뛰어든 곳은 대형사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이었다. 이들 두 회사의 공격적 영업을 지켜보던 중소 캐피탈사들도 기회를 놓칠 새라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땅값이 너무 올라 수익률이 낮고 리스크가 큰 사업장임에도 대출계약은 쉽게 성사됐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및 채무보증 잔액은 총 152조5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여신전문사의 대출잔액은 약 27조원에 달한다. 본PF 대출이 대부분인 은행(39조원)과 보험(44조원)을 빼면 증권(27조원)과 동일한 비중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잔액이 각각 11조원, 5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2금융권 중에서 증권사와 캐피탈사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부동산PF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더군다나 증권과 캐피탈의 부동산PF 대출·보증은 부동산 개발 단계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브릿지론'에 집중돼 있다.

    금리가 급등하면 PF의 수익성이 떨어져 브릿지론에서 본PF로의 전환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부동산 파티' 끝물에 진입해 상투에서 땅을 산 사업장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에 작년 말부터 만기연장으로 버티던 사업장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부실 사업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을 발족시켰지만 어디까지나 손실 분담이 원칙이다. 캐피탈사와 증권사들은 후순위 채권 비중이 높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PF의 경우 기본 대출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면 대규모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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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건전성 악화, 올해 견디더라도… = 금감원에 따르면 51개 캐피탈사의 지난해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2조800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348억원(23.6%) 급증했다. KB캐피탈이 294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투자캐피탈(1154억원), 하나캐피탈(974억원), 신한캐피탈(74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PF 연체율도 2020년말 0.28%에서 2021년말 0.47%, 2022년말 2.20%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브릿지론 만기가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부실채권 규모와 연체율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자산 부담이 높은 캐피탈사는 한국투자, 오케이, 키움, 메리츠, DB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 오케이, 한국투자, 메리츠 등은 브릿지론 규모가 상당해 예의주시해야 할 회사로 분류됐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1조9467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의 40.3%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PF 대출 가운데 본PF 대출은 8265억원, 브릿지론 규모는 1조1202억원에 달한다. 한투캐피탈의 브릿지론 규모는 자기자본(7810억원) 대비 143%로, 동종 업계 평균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결국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지난 3월 한국투자캐피탈에 44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급보증 한도도 2조6000억원으로 2000억원 더 늘렸다. 지난해 지극한 효자였던 부동산PF가 불과 1년도 안돼 천하의 불효자식이 된 셈이다.

    반면,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은 2021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본업인 자동차금융에 집중, 부동산PF 부실 우려에서 비껴나 있다. 지난해 할부금융자산과 리스자산이 전년 대비 각각 1조원 가량 늘었지만 대출채권은 오히려 1751억원 감소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연체율(1.04%) 또한 전년(0.94%)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긍정적인 흐름을 감안해 최근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린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간에 공격적으로 부동산PF 대출에 나섰던 캐피탈사들이 금리가 오르면서 부메랑을 맞고 있다"며 "올해 부동산 경기 흐름과 PF 연착륙 여부가 캐피탈사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