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아닌 노사협의회 통해 임금 계약 체결 '불법'""3년 전 이재용 회장 약속한 '무노조 경영 포기' 지켜지지 않아"1만명 조합원과 소통해 파업 강행 검토… 첫 파업 여부 주목
  • ▲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정 결과 입장 발표 및 연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 ⓒ이성진 기자
    ▲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정 결과 입장 발표 및 연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 ⓒ이성진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임금협상과 관련해 사측이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약을 체결했다며, 사측의 '노조 무력화'에 반발했다. 이에 창사 이래 첫 파업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4일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사측이 헌법상 단체교섭권이 있는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계약을 체결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다.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노조 측은 "지난달 14일 삼성전자는 노동조합과 임금 교섭을 진행하던 도중에 11만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노조와 합의하지 않은 최종 교섭안을 발표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상식적으로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약을 체결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 4.1%(기본 인상률 2%·성과 인상률 2.1%)에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의 단체교섭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삼성전자의 임금인상은 초라한 인상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회사와 노사협의회 임금 협상이 '무노조 경영'을 위한 불법이라는 점"이라며 "헌법 33조에 따르면 단체교섭권은 오로지 노조에만 있고, 설령 노사협의회가 회사와 협상을 하더라도 근로자참여법 5조에 의해 노조의 교섭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도 안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3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약속한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20년 5월 삼성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사 상생과 화합을 도모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측의 불법적인 임금협약 체결에 분노한 수많은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 직원 약 11만명 중 1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으며, 이 중 3000여명은 최근 한 달 사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노조 가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창사 이래 첫 파업의 가능성도 열려있게 된 상태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은 파업 가능성에 대해 "파업을 통해 삼성의 악행을 멈출 수 있다면 파업을 강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 부분은 1만명 조합원과 소통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우리는 아직 대화를 원한다"며 "파업 실행은 삼성 경영진의 태도에 달렸으며, 이재용 회장과 정현호 부회장이 노동조합과 대화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당시 임금 협상 결렬 후 갈등 국면에서 경계현 사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로는 처음으로 노조와 만나기도 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9~10일에는 베트남에 가서 삼성의 악행을 낱낱이 알리고 올 계획"이라며 "이후 전국 11만명 직원들을 일일이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