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임대 2만2700건중 주세매물 전체 '7.2%'보증금 없이 일정기간 임대료 선납하는 '깔세' 증가주택임대차보호법 사각지대…"자체가 임대인에 유리"
  • ▲ 서울 아파트·빌라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빌라 전경. ⓒ뉴데일리DB
    전세사기·깡통전세 우려와 월세값 상승 여파로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단기임대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한때 '제주도 한달살기'로 유행했던 계약기간 1개월미만 '초단기임대'가 증가하는 추세다. 단기임대는 전세나 월세와 달리 보증금 부담이 덜해 초기자본이 부족한 수요자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임대차법 사각지대에 놓인데다 월임대료도 월세보다 비싼편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단기임대가 급증한 요인으로 월세보증금 상승이 꼽힌다.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치솟고 잇따른 전세사기 사태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가속으로 월세수요가 늘면서 보증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다방과 부동산R114 등 부동산정보플랫폼 조사결과를 보면 3월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전용 33㎡이하 원룸 평균 월세값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9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해 15.14% 오른 가격이다.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지역 월세보증금은 3000만~5000만원에 이른다. 아파트 경우 억대보증금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높아진 월세 진입장벽은 단기임대 수요증가로 이어졌다. 목돈마련 부담을 덜려는 임차인과 공실걱정이 큰 임대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지면서 '주세'를 받는 '초단기임대'도 늘고 있다. 다방 통계결과 올 1월 기준 서울에 등록된 전월세 등 전체 임대매물 2만2700건중 주세를 받는 매물은 1645건(약 7.2%)으로 집계됐다.

    주세임대는 이미 미국이나 홍콩 등에 안착된 시스템으로 국내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서울 강남일대 주세는 평균 40만~60만원대, 그외지역은 평균 3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E공인 관계자는 "과거 단기임차인은 집을 함부로 이용하거나 임대료를 연체하는 골칫덩이로 인식돼 임대인들이 꺼려했지만 최근에는 주거목적이 분명한 수요자가 많고 임대료를 선지급하는 관례가 자리잡아 지난해부터 단기임대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주세매물은 1주에 10만원이하 원룸부터 수백만원대 강남권 오피스텔·아파트까지 가격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B공인 관계자는 "보통 단기임대 매물은 일반월세보다 보증금이 싼편"이라며 "예컨대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월세를 단기임대로 돌릴 경우 200만원만 받고 임차인을 받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예 보증금 없이 일정기간 임대료를 선납으로 받는 '깔세' 매물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임대는 보증금만 적을뿐 매달 납부하는 월세액은 비싼 경우가 많아 오히려 주거비 부담이 배가되는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단기임대 월세액은 일반월세 매물보다 10~30%가량 높은 값에 형성돼 있다. 보증금이 없어 당장 목돈부담은 덜하지만 거주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주세는 더 비싸다.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매물들 주세를 월세로 환산하면 일반월세보다 총액이 30~40%가량 더 비싸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보증보험 등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없는 것도 단기임대 단점이다. 불안정성이 큰 만큼 단기임대 입주를 고려한다면 가급적 보증금 액수를 최소화하고 매달 납부하는 월세와 주세외 관리비 등 추가 비용부담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서초구 H공인 관계자는 "단기임대라는 시스템 자체가 공실부담을 최소화하고 월수익을 높이려는 임대인에게 유리한 구조라 매물선택시 주변 월세시세 등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일반매물을 단기임대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더욱 늘 것"이라며 "단기임대는 거주기간이 길수록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상거주기간이 6개월이상이라면 선택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