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 닮아 무궁무진 확장성... 美 챗GPT 주목국내외 ICT 업계 초거대 AI 개발 경쟁 및 투자 확대2024년 700조 규모 성장… 사회 갈등, 윤리 문제 등 숙제도
  • 초거대 AI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챗봇 '챗GPT(ChatGPT)'의 등장은 초거대 AI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세계 각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정부의 지원 사격 아래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초거대 AI가 보여준 무궁무진한 세상 이면에는 사회, 윤리적 갈등도 존재한다. 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 초거대 AI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 ▲ 오픈AI 챗GPT ⓒ셔터스톡
    ▲ 오픈AI 챗GPT ⓒ셔터스톡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와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심층학습(딥러닝) 효율을 높인 차세대 AI다. 딥러닝 도입 초기 바둑에만 특화된 알파고와 달리,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거대 AI는 텍스트에 초점을 맞춘 '언어모델'에서 영상·이미지·텍스트를 이해하는 '멀티모달'로 진화 중이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설립한 미국의 AI 연구기관 오픈AI는 2020년 초거대 AI 'GPT-3'를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GPT-3는 인공신경망의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를 기존보다 17배 이상인 1750억개로 매개변수를 늘렸다. 이듬해 2022년 11월에는 GPT-3에 강화학습을 적용해 GPT-3.5로 업그레이드한 챗GPT를 선보였다.

    챗GPT는 추론이나 의견 제시까지 가능한 대화형 AI로, 공개 단 5일 만에 하루 이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하며 열풍을 일으켰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 수행까지 가능했다. 특히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생성형 AI' 기술력을 보여줬다.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하고 창작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은 챗GPT 대항마 서비스를 속속들이 출시하고 나섰다. 구글은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MS는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 기반 언어모델을 장착했다. 또한 구글은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3억 달러를, MS는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초거대 AI 선점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초거대 AI 기술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선두주자는 네이버로 GPT-3보다 290억개 많은 204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선보였다. 카카오브레인은 GPT-3의 한국어 특화 버전인 '코지피티(KoGPT)'와 이미지 생성 모델 '민달리(minDALL-E)'를 공개했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은 파라미터 규모가 약 3000억개에 이르며, 텍스트 이미지화 및 이미지 텍스트 설명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GPT-3 한국어가 탑재된 '에이닷(A.)'을 출시했으며,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 구축, 범용성을 늘렸다. KT도 2019년부터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 올 상반기에 초거대 AI '믿음(MIDEUM)'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정부도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초거대 AI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3901억원을 투입한다. 2026년까지 AI 생태계 핵심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1만개를 육성하고, 2027년까지 소프트웨어·인공지능 전문 인재를 20만명 양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초거대 AI 기술이 이미 일상속에 녹아들면서 사회와 산업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초거대 AI를 포함한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4년 5543억 달러(약 7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AI의 정보 유출, 혐오 발언, 작업 오류 등 윤리적 사회적인 문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의 경우 2020년 말 등장한 챗봇 '이루다' 사태처럼 잠재적 위험 상황을 예측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에서는 AI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규제 마련에 나선 상태다. 미국의 경우  'AI영상면접법'을 통과시켰으며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의 규제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EU에서는 인공지능법(AI Act)'이 유럽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AI 기업들이 따라야 할 규정을 담은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김준하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장은 "AI기술을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제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문제"라며 "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