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주총회서 유병태 코람코자산신탁 이사 선임 의결국토 장관 제청-대통령 재가 후 임명…이르면 내주 취임HUG 수장, 권형택 전 사장 사의 표명 후 8개월째 빈자리조직 및 경영안정화에 임대차시장-PF 보증 등 과제 산적소관 부처 장관과 대학 동기에 비전문가 지적 등 우려도
  • ▲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임 사장 내정자. ⓒ코람코자산신탁
    ▲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임 사장 내정자. ⓒ코람코자산신탁
    주택에 대한 분양·임대 등 보증 업무를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임 사장으로 유병태 코람코자산신탁 이사를 선임했다.

    오랜 기간 사장 자리가 비어있었던 만큼 신임 HUG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경영 공백에 따른 조직 정상화는 물론,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정책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가 내정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HUG에 따르면 전날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병태 후보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부동산시장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정됐다는 것이 HUG 측 설명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HUG 사장은 먼저 HUG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주총회 의결로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앞서 HUG는 4월5~14일 사장 모집을 공모했다. 서류심사 및 면접 등을 거쳐 약 3~5배수로 후보를 압축한 뒤 9일 공공기관운영위 의결은 받은 바 있다.

    유 후보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종 후보자 임명을 제청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임명된다. 남은 절차에는 1주일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르면 다음 주 취임식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생인 유 후보는 1986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서울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HUG 관리·감독기관인 원희룡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이후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근무한 뒤 2009년 KB부동산신탁으로 자리를 옮겨 2018년까지 근무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코람코자산신탁 이사를 맡았다.

    HUG 사장 자리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형택 전 사장이 사의를 밝힌 후 8개월째 공석이었다. 권 전 사장은 국토부의 정밀감사가 시작되자 임기를 18개월 남기고 사퇴했다.

    이후 HUG는 이병훈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대우증권 부사장이었던 박동영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 대표이사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HUG는 2월 주주총회를 열고 박동영 전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의결했지만, HUG 임원들을 만나 업무보고를 받는 등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총 당일 사퇴했다.

    가까스로 HUG의 신임 사장 윤곽이 드러나면서 부동산 침체 속 전세사기 피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보증 등 HUG의 행보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은 내부적으로 경영 공백이 길어진 탓에 조직 안정이 필수적이다. 박 전 부사장 내정 당시 HUG 고위관계자 등이 인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사퇴로 무산된 상태다.

    또한 악화한 경영을 정상화해야 하는 임무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1년 49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HUG는 지난해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HUG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9년(-7322억원) 이후 처음이다. 부채비율도 2021년 26.6%에서 34.6%로 악화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연달아 터진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으로 무너진 주택임대시장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HUG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규모는 모두 1조83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고액 1조1726억원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하반기 역전세 문제가 본격화하면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증사고 늘면서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4개월간 8144억원에 달했다.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HUG는 지난해 13년 만에 약 2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발생한 대규모 전세 피해 원인 중 하나로 HUG가 금융회사들의 '묻지마 전세대출'이 횡행하도록 보증서를 남발한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미분양, 금리 상승에 따른 PF 보증 분야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이 불안해지자 정부는 HUG의 PF 보증 범위를 확대했다. 단기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총 10조원의 PF 보증을 하고, 준공 전 미분양사업장에 대해서도 보증지원을 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인사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부동산 정책을 일선에서 실행해야 할 공공기관에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인사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유 후보는 코람코자산신탁에서 감사팀장으로서 내부감사업무를 맡았으며 KB부동산신탁에서도 준법 감시업무를 수행했다.

    원 장관과의 대학 동기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12월 HUG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A씨의 경우 과거 원 장관의 제주도지사 시절 정책보좌를 맡은 정무 특보 이력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