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플랫폼 서비스 차용해외여행보험, 홀인원보험으로 시동"보험료 의미와 쓰임을 알 수 있게 혁신"
  • ▲ 최세훈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이사.ⓒ카카오손보
    ▲ 최세훈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이사.ⓒ카카오손보
    최세훈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최근 해외여행보험, 골프 홀인원보험 등 생활밀착형 상품 출시를 통해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인 카카오가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성장했던 만큼 카카오손보도 같은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손해보험 시장의 대표 축인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시장까지 진출한다면 카카오라는 브랜드가 갖는 무게감이 있어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21일 카카오손보에 따르면 다음달 말까지 해외여행보험 출시를 기념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 9일 출시된 카카오손보의 해외여행보험은 둘만 모여도 할인 혜택을 주고 원하는 보장을 필요한 만큼 담을 수 있게 하거나 무사히 귀국하면 보험료까지 돌려주는 등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라고 여겨지던 것들을 과감하게 도입해 사용자 눈높이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가장 큰 차별점은 '안전 귀국 환급금'이다. 해외여행 시 사고가 나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존 해외여행보험과 달리 카카오손보는 가입자 모두에게 무사히 귀국만 해도 보험료의 10%를 돌려준다. 

    이번 해외여행보험은 지난해 10월 출범과 함께 선보였던 '금융안심보험' 이후 두번째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이다. 금융안심보험은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를 보장하기 위한 상품으로, 온라인 직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다소 친숙하지 못한 보험인 만큼 큰 파급력은 일으키지 못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손보는 이달 무료 홀인원 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료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카카오VX가 부담하며 이벤트 참여자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무료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약자 본인뿐 아니라 동반자도 함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달 만에 가입자가 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료는 무료지만 홀인원 비용 최대 50만원, 골프 중 상해사망후유장해 최대 1억원, 골프 중 배상책임은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된다. 아울러 해당 상품은 카카오톡만 있으면 가입 이후에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계약 조회부터 청구까지 가능하다보니 소비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언뜻 보면 해외여행보험이나 홀인원 보험 등은 보험료 1만원 미만의 '미니보험'인 탓에 고객들이 몰린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카카오손보로서는 미래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보험 영업을 하는데 있어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수익성이 안 나는데도 미니보험 형태의 상품을 계속 미는 이유는 DB 확보와 인지도 제고 등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며 "카카오가 무료 문자 서비스로 거대 플랫폼 기업이 되었듯이 카카오손보도 고객 기반을 토대로 자동차, 건강, 운전자, 어린이, 암보험 등 다른 영역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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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이는 최세훈 대표이사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최 대표는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에서 2003년 온라인 자동차보험사인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현 EZ신한손해보험)을 만들어 4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이사회의장과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4년부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후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1년 카카오페이보험준비법인설립 대표이사를 지냈고 현재 카카오손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카카오손보의 최근까지 성적표는 다소 저조한 편이다. 보험업 특성상 사업 초반에는 영업 인프라 구축과 사업비 등에 나가는 지출이 커 초기에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손보 역시 지난해 261억357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세 달 동안 벌어들인 보험료 수익은 2억3113만원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까지 보험료 수익 4800만원, 재보험 수익 700만원 등 아직까지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다만 이달 들어서 해외여행자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 대표의 생활밀착형 보험에 대한 의지는 보험업 예비 인가 당시부터 나타난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사업계획안을 통해 소비자가 참여하는 DIY보험, 플랫폼 연계보험 등 일상생활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 ▲휴대폰 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와 연계한 택시안심, 바이크, 대리기사 보험 등이 있다.

    최 대표는 당시 "모두가 혜택받는 보험 본연의 가치를 되살릴 것"이라며 "소외된 이웃을 껴안는 보험,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하는 보험, 보험료의 의미와 쓰임을 알 수 있는 보험을 통해 관련 산업을 혁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초기 단계를 지나고 나면 카카오손보 역시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여진다. 카카오손보가 제시해온 생활밀착형 보험 만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기에 궁극적으로는 기존사들과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특히 보험업계 내에 상품의 개발과 판매가 분화되어 각각 전문화되는 이른바 '제판분리'가 진행 중이란 점은 카카오손보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플랫폼 업체로서 카카오가 가진 채널 장악력은 어느 보험사도 갖지 못한 장점"이라며 "앞으로 출시되는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등 카카오손보는 보험 판매에 기존 보험사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