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카우트 중단' 내용증명SKT 회동 제안… "오해 없도록 잘 소통 할 것"전문가 "AI 개발은 머니게임… 스카우트 탓 할 수 없어"
  • ▲ 오픈AI 챗GPTⓒ셔터스톡
    ▲ 오픈AI 챗GPTⓒ셔터스톡
    네이버와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인재 확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LG와 SK가 배터리 인력 유출 문제로 수년 동안 소송전을 펼친 것과 유사한 구도가 펼쳐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네이버, SK텔레콤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5일 SK텔레콤에게 ‘AI 인재 스카우트를 중단해 달라’는 골자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4~5명 정도 SK텔레콤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지난 15일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원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이미 이직하신 분에 대해서 가처분 및 민형사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SK텔레콤에게 10일 내 내용증명 회신을 요청한 상태다. SK텔레콤 인사 담당자는 이날 네이버 측에 회동을 제안했으며, 구체적인 회동 일시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오해 없도록 잘 소통해서 원만하게 풀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회사가 AI 인재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네이버가 이례적으로 임직원 이직에 법적 대응에 나선 데는 핵심 AI 인력의 연쇄 이탈이 있다. 네이버는 이번 여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이를 총괄하던 정석근 전 네이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공개 수개월을 앞둔 4월 초 SK텔레콤 미국 법인 대표로 돌연 이직했다. 정석근 전 CSO를 따라 네이버의 모 임원도 SK텔레콤으로 이직한 상태다. 

    SK가 인재 확보로 타 기업과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LG는 SK가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배터리 핵심 인력을 대거 빼갔고, 그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에서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LG는 SK에게 배터리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진정되지 않아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654일간 이어진 법적 공방은 SK가 LG에게 2조원 상당의 배상액을 지급하면서 일단락됐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는 전형적인 머니게임”이라며 “AI는 사람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인재 쟁탈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불균형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력을 ‘빼간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AI 업계는 주로 팀 단위로 이직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AI 인재 쟁탈전으로 인한 기술 유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초거대 AI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그렇지 않다”며 “초기 설계에 들어가는 핵심 기법이나 기술은 거의 오픈되지 않고 난이도가 워낙 높다”며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이를 타 기업에서 구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