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계열사 유증·부진·횡령에 주가 두 달만에 38% 하락CJ CGV 1조 자본 확충 계획 발표… 조달 자금, 채무상환에 사용스튜디오드래곤, 사내 횡령사고에 김영규 대표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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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그룹이 지난 4월 CFD사태로 주가가 하락한 이후 또 큰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사태 종식에도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CJ CGV의 유상증자 충격이 그룹주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횡령 이슈와 대표 사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CJ그룹 주가를 무겁게 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CJ그룹 주가는 줄줄이 하락했다. 

    지주사인 CJ는 전 거래일 대비 1.96%(1400원) 하락한 6만9900원에 장 마감했다. CJ CGV는 전 거래일 대비 2.04%(200원) 빠진 9590원, CJ ENM은 전 거래일 대비 1.24%(800원) 빠진 6만3700원에 각각 마감했다.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5.9% 하락했다. 장중에는 -10% 수준까지 낙폭을 키웠다.

    CJ 주가는 지난 4월 20일 11만3400원을 기록했지만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급락한 후 약세를 기록하다가 두 달만(6월27일 기준)에 약 38% 감소한 6만9900원을 기록한 것.

    최근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인 CJ CGV의 1조원 자본확충 계획 발표 뒤 CJ CGV뿐 아니라 CJ 그룹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며 '유증 쇼크'가 이어졌다. 

    CJ CGV는 총 57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9월 중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분 48.50%를 보유한 최대주주 CJ가 600억원 규모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주주에 배정한 후 실권주가 나오면 일반 공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CJ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 현물출자 가액은 법원인가를 통해 확정되며 현재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약 4500억원이다.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해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더해 이번 유상증자는 사실상 재무 상환 용도인 만큼 주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투자심리가 더욱 경색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CJ가 1차 유증에서 600억원 가량 소극적으로 참여한 점도 재무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반증 아니냐"라는 지적이다. 반대 의견으로는 채무상환 규모가 훨씬 높은 CJ CGV의 경우, 재무구조 안정화를 염두에 둔 점을 중점적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CJ CGV는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과 시설·운영자금으로 쓴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만큼 유상증자로 수혈한 자금 5700억원 중 3800억원을 빚을 갚는데 쓰겠다는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코로나 기간 악화된 CJ CGV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고 미래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취지로 이뤄졌다"며 "이를 통해 CJ CGV의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도 하락했다.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은 한 콘텐츠 제작사가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이에 김영규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부문 대표가 내부 부정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미래사업 진화 전략 중에 '콘텐츠 역량 강화'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으로 비춰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돼 있었던 것도 주가 하락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CJ그룹의 맏형격인 CJ제일제당도 녹록지 못한 상황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뒷걸음질 친데 이어 2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원가부담 상승에 따른 식품 및 식품서비스 부문의 수익성 감소, 글로벌 시황저하 등에 따른 생명공학부문의 부문 영업적자 전환 영향이 크다. 연초부터 경기가 악화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라면 등 식품 제조사에 납품하는 밀가루 가격을 낮추라는 정부 압박도 부담인 상황이다. 

    다만 증권가는 CJ그룹주들의 이 같은 주가 하락이 단기성이고, 하반기 회복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 횡령의 경우 당연히 회사의 관리 시스템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횡령 금액이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콘텐츠 본업의 전망은 너무 좋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또 CJ CGV 유증에 대해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결단"이라며 "대규모 유상증자 영향으로 발행가격이 확정되는 시기인 7월 말까지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단기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극장 정상 운영으로 실적 정상화가 임박해 있고 CJ 올리브네트웍스 흡수로 내년부터는 수익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에 대한 주가 불확실성은 있지만 단기 주가 낙폭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CJ올리브영 호실적에 따른 배당 상향 여지가 충분히 있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 현실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