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탄방동1 상반기만 2차례 증액…계약比 9%↑삼성·DL이앤씨 "75% 증액"vs북아현2 "시공사교체""금융비용 증가분 검증못해…기간도 다섯달 허비"
  •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사진=성재용 기자
    주택정비사업조합들이 대외여건에 따른 시공사들 공사비인상 요구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합의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위축과 자재가격·인건비상승으로 인해 여전히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곳 역시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계약해지로 인한 중장기 주택공급 계획마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갈등을 중재해야 할 한국부동산원이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DL이앤씨는 5238억원 규모 서울 서초구 신동아아파트 주택재건축조합과 합의한 공사비를 확정했다. 2017년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제안한 3233억원에서 약 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3.3㎡당 공사비도 474만원에서 약 720만원까지 올랐다.

    올초 도급공사 본계약을 앞두고 DL이앤씨가 3.3㎡당 750만원이상을 제시했으나 조합이 상승률이 지나치다고 반발해 수개월간 조율을 거쳐 최종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삼성물산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장 공사계약 규모를 146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애초 1조1270억원 수준에서 1조2740억원으로 13%가량 늘린 수치다.

    공사중단 위기까지 내몰렸던 이 사업장은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최종합의에 이르렀다. 후분양사업지인 데다 커뮤니티 고급화, 특화설계 등으로 공사비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대전 서구 탄방동1구역(숭어리샘) 주택재건축사업장에 대해 상반기에만 두 차례 공사비를 증액했다. 2021년 당시 2450억원에 수주했으나 올 3월 2570억원으로 올렸다가 지난달 공사 규모를 2680억원으로 재차 인상했다. 초기 수주계약보다 9%가량 오른 수치다.

    중견사 경우 공사비인상폭이 이보다 더 컸다. 동원개발은 부산 부산진구 '부암2차 동원로얄듀크' 공사비를 780억원에서 980억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인상규모 자체는 2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인상폭은 25%에 달했다.

    HL디앤아이한라와 신세계건설도 공사비인상폭이 두 자릿수를 보였다. HL디앤아이한라는 울산 우정동 지역주택조합 공사비를 108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11%가량 올렸고 신세계건설은 부산 명지지구 오피스텔 2·5블록 공사비를 1940억원에서 2130억원으로 10%가량 인상했다.

    지난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사업장 공사비인상 학습효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기 시공사선정 시점보다 워낙 인상폭이 벌어진 탓에 조율이 쉽지 않은 사업장도 태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2300여가구 규모 대단지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시공단(삼성물산·DL이앤씨)으로부터 3.3㎡당 859만원이라는 공사비 안내공문을 받았다. 지난해 조합이 의결한 공사비 수준은 3.3㎡당 490만원 수준이었으나 1년새 75%나 인상된 셈이다.

    조합 측은 시공단 제시금액보다 20%가량 내려야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공단이 859만원을 고수하면 '시공사교체'도 감수하겠다고 한다.

    서대문구내 또다른 정비사업지인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도 현대건설로부터 900만원에 달하는 공사비인상 요청을 받았다. 시공계약 체결당시인 2020년에는 공사비가 3.3㎡당 512만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이 687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했고 지난달에는 898만원으로 재차 인상을 요청했다. 2020년 대비 공사비가 75% 뛴 것이다.

    두 사업지 모두 시공사 측에서는 금리인상, 원자재쇼크 및 인건비상승 등 영향뿐만 아니라 조합 측이 요구한 마감재, 설계안대로라면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조합에서는 '수용불가'를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해서 선뜻 반영해주는 조합은 없다"면서도 "일반시행사와 달리 조합은 시공사교체라는 강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 서울 강동구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재건축 현장. 221024 ⓒ연합뉴스
    실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시공계약 해지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임시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인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했다. 3월 진행된 공사비 협상에서 GS건설은 공사비를 3.3㎡당 987만원을 제안했으나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4월말 기존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있다.

    조합은 2016년 11월 시공사로 해당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시 합의된 공사비는 3.3㎡당 418만원이었다. 이후 조합은 2020년 7월 시공단과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올 2월 시공단이 3.3㎡당 공사비를 661만으로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격화됐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형건설 B사 고위관계자는 "최근 업계 관계자들과 공사비 대책 마련을 도출하자면서 모인 자리에서 서너시간 동안 회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주한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한 번 오른 원자재가격 등은 내리지 않는 특성이 있어 공사비는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당분간 공사비증액을 비롯한 여러 갈등으로 계약해지 사례가 지속해서 속출할 것"이라며 "건설공사 수주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원활한 주택공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제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관련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원 공사비검증제도는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비율이상 증액하려고 하는 경우 사업시행자가 검증기관에 의뢰해 공사비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하는 제도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업시행자와 소유자 또는 조합원을 대신해 시공자가 제시한 공사비 적정성을 검토, 변경계약을 체결할 때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주된 목적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각 지방공사 등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사비 검증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춘 곳은 부동산원이 유일하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검증사업을 대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조직구성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부동산원 결과마저도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된다. 부동산원이 수행하는 공사비검증제도는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갈등문제 해결에 대한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부동산원에서 일반적인 직접공사비만 검증하고 대부분의 공사비증액에 해당하는 추가공사비에서 자재가격과 함께 금융비용 증가분 등 핵심을 검증하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공사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착공·분양절차 이전에 공사비 변경을 반영한 도급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증결과 확인 및 총회의결 절차로 인해 정비사업기간까지 허비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통상 검증기간은 다섯 달가량 소요된다.

    이와 관련 부동산원 측은 "조합과 시공단간 산정기준을 합의하지 않았거나 책임비율 다툼사항, 조합의 불인정항목, 제출자료만으로는 객관적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며 "또한 상호합의가 필요하거나 조정·중재와 같이 법리적 해석이나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은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에서 자재가격과 함께 금융비용 증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분쟁핵심인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원에서는 사실상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을 포기하고 있어 제도가 무용지물인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증결과에 대한 이의신청과 중재절차를 마련하고 검증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 검증제도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