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용역 수의계약 분석결과 55.4% 'LH출신 영입업체' 尹 "국민안전 도외시한 건설업 이권 카르텔 깨부숴야" LH, 외부심사위원·전과정생중계…"명단 제출하게 할것"카르텔 핵심 '국피아·엘피아'…"국토부 개혁 선행되어야"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좌측)과 이한준 LH 사장. 사진=박정환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좌측)과 이한준 LH 사장. 사진=박정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가운데 무량판구조를 적용한 91개단지를 조사한 결과 15개단지에서 보강철근이 누락된 가운데 시민단체 일각에서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에 확인된 15개단지에서 기둥주변 철근이 단순누락됐거나 도면표현 누락, 다른층 도면배근 등 제대로 넣지 않은 것은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난 31일 LH 공공주택 사업수주 과정에서 LH출신을 영입한 업체들이 혜택을 받았다며 부실원인으로 '전관예우'를 꼽고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앞서 경실련은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과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현황을 분석한 결과 LH출신을 영입한 업체 47곳이 전체용역의 55.4%(297건)을 따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계약금액으로는 6582억원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처가 설계용역을 주고 건축사가 다시 구조기술사에게 구조설계를 맡기는 아웃소싱 과정에서 전관예우 같은 특혜가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고 귀띔했다. 

    정부도 부실시공 근본원인으로 '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엘피아(LH+마피아)'를 비롯한 건설산업 이권을 지목하고 카르텔 타파를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금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무량판공법 지하주차장은 설계오류, 부실시공, 부실감리가 근본원인으로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며 "국민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라며 "관계부처는 고질적인 건설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아울러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한 행정 및 사법적 제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원 장관은 "설계·시공·감리·LH 담당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정밀조사해 인사조치와 수사의뢰, 고발조치까지 할 계획"이라며 "LH안팎의 총체적 부실을 부른 이권 카르텔을 정면겨냥해 끝까지 팔 생각"이라고 역설했다.

    이같은 전관예우 의혹에 LH는 공익감사 청구를 수용하는 한편 비위발견시 즉시 고발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LH 관계자는 "업체선정시 심사위원은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심사 전과정을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퇴직자 유관기업 수의계약 금지와 임직원 퇴직자 접촉금지, 퇴직자 취업제한 확대 등을 통해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LH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60년이된 조직이다보니 은퇴후 설계·감리·건설사 등으로 옮긴 이들이 적잖다"며 "앞으로 관련 업체에 LH 출신명단을 제출토록 하고 허위명단 제출시 입찰제한이나 계약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에서 국토부도 예외는 아니란 지적이다. 국토부 출신 역시 퇴직후 협회 등 건설관련 업계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이권 카르텔 핵심을 건드리려면 국토부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업계의 끈끈한 인맥, 서로의 이권을 위해 눈 감아주는 문화 등 산업전반에 타격을 주지 않는 이상 카르텔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