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숏리스트 개별 통보하림-LX-동원… 국부유출 논란에 하팍로이드 빠져BIS비율 발목에… "연내 절차대로 매각"
  •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매각전이 '새우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메기'가 부재한 상황서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인수전에 나선 만큼 연내 매각 가능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6월 기자간담회서 사실상 매각 가이드라인으로 ▲국적선사 ▲자본력 ▲경영능력 등을 거론했으나 인수전에 나선 기업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매각사는 이날 중으로 적격 인수 후보(숏리스트)로 동원·하림·LX그룹을 선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HMM 인수전에 나섰던 글로벌 5위 컨테이너선사인 하팍로이드는 숏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팍로이드는 예비입찰 과정서 국내 해운업 발전 기여안 등 정성 평가 요인에서 감점 요소가 커 실사 기회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으로 치면 하팍로이드는 예비입찰에 나선 국내 3개사의 유동성을 크게 웃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하팍로이드는 지난 6월 기준 총 유동성이 100억달러로 우리돈으로 13조원에 달한다. 이번 예비입찰에서도 국내 3개사가 5조원대 금액을 적어낸 데 비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MM 소액주주 단체 일부 회원들은 하팍로이드의 HMM 인수 지지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인 HMM을 외국 기업인 하팍로이드에 매각하는 일이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숏리스트에 제외하는 방식으로 관련 논란을 원천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HMM 인수전은 국내 기업 3파전으로 벌어지게 됐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의 자본력이다. HMM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세 회사 모두 현금 동원력은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LX그룹은 약 2조4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하림은 1조6000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동원과 LX는 그룹내 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계열사 지분 매각 및 자산 유동화로 자금을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인수전에 나섰는데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영입했다. 

    만일 이들 중 인수기업이 정해지더라도 불황에 접어든 해운업을 견딜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HMM은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올들어 해운업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다. 국제해상운임 지표로 쓰이는 컨테이너운임지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올 2분기 매출은 2조1299억원, 영업이익 1602억원을 냈다. 1년 새 각각 58%, 95% 하락했다. 

    만일 산은이 HMM 매각에 성공할 경우 한국전력의 적자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BIS비율을 안정궤도에 올릴 수 있게 된다. 산은은 한전 지분 32.9%를 보유한 1대 주주로 한전 적자가 늘면서 산은의 BIS비율은 당국 권고치인 13%선을 위협받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HMM 매각에 적극적인 이유도 산은의 재무구조 개선과 연관이 깊다. 

    그는 지난 기자간담회서 "산은의 재무구조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취약하다"면서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 BIS 비율이 0.07%p 움직인다. 재무구조 안정을 위한 매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초 기대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인수전에 나서지 않으며 마땅한 후보없이 인수전을 끌고 가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연내 HMM 매각을 목표로 계획대로 매각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적격인수 후보로 선정된 3개사는 향후 두 달간 실사를 벌이게 된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본입찰을 통해 원매자를 낙점, 연내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