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2030 줄퇴사 놓고 엇박자"부산 이전 탓" vs "낮은 처우 때문""분위기 파악 못 하네"... 자중지란
  • ▲ 지난해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뉴데일리DB
    ▲ 지난해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뉴데일리DB
    부산 이전을 앞둔 KDB산업은행을 두고 여야 셈법이 복잡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부산 이전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다수당으로서 법개정 주도권을 쥔 민주당 내부에서 특히 예민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시작했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산은에서 168명이 중도퇴직했고, 이 중 2030 세대가 78%에 달한다는 내용입니다.

    황 의원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2030 퇴직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현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한 탓이라고 몰아세웠습니다.

    이튿날인 5일에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또다른 자료를 냈습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청년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030 퇴직자 수는 66명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습니다.

    산은에 비해 한은의 2030 퇴직 비율이 다소 낮긴 하지만, 한은 역시 산은 부산 이전론이 불거진 2022년부터 청년 퇴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은 청년 직원 줄퇴사가 비단 부산 이전 탓만은 아니라는 논거가 같은 당에서 나온 겁니다.

    비슷한 사회 현상에 대해 한 정당에서 그것도 하루 사이 다른 해석이 나온 것으로 두고 정치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산은 부산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울때부터 야당 내부에서는 금기어로 통했습니다. 영남지역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산 민심을 다시 가져올 기회로 여기는 목소리가 나온 반면 일단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강성 기조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동안은 당내 분란을 막는다는 취지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억눌러왔던 이해관계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같은날 부산 지역구 의원인 박재호(남구乙) 의원은 산은법에 본점 소재지로 부산을 명기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는 부산, 울산, 경남 민주당 의원 7명이 참여했습니다. 더이상 잠자코 있지 않겠다는 듯 당 지도부가 산은 부산 이전에 나서달라는 요구를 담아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티격태격하는 정치권을 지켜보는 금융 공기업 당사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그들이 직장에서 마음이 떠나는 진짜 이유를 내팽개친 채 총선 표심을 노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있다는 반응입니다.

    사실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희망퇴직입니다. 민간 시중은행에서는 두둑히 퇴직금을 챙겨나간 이들의 빈 자리를 보며 남은 직원들이 '나도 이번에는?'이란 생각을 한번 쯤은 한다고 합니다.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겨나간 모 부장님이 꼬마 빌딩을 알아보러 다닌다는 얘기를 전해 듣다보면 괜한 심술이 난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런 은행원을 바라보는 금융 공기업 직원들은 더 큰 박탈감을 호소합니다. 공공기관이거나 그에 준하는 처우를 받기 때문에 희망퇴직이란 제도는 없습니다. 철밥통이란 장점만 믿고 어렵게 입사했는데 요즘에는 장점이 독이 됐다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현장 사정이 이런데 정치권은 남의 다리만 긁고 있습니다. 현재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 뿐 아니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들도 2차 공공기관 이전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정치권 잇속에 따라 언제든지 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잇따른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괴물처럼 성장한 사교육 시장에 매몰된 사이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사라지고 교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방치한 탓이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치안 공권력이 무너지면서 경찰대 이탈생이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민간 시중은행의 돈잔치 속 공적 금융의 역할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둔다면 국책은행이나 금융 공기업 경쟁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 전주로 이전할 때 운용역들이 대거 퇴사해 여의도 증권가로 유입된 사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번 기회를 통해 민간과 공공이 윈윈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