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혜 없어 불황 '내년 상반기까지'… '생존' 최대 화두"내년 키옥시아-WD CAPEX 50% 급감"…투자여력 없어 경쟁력 타격늦어도 내년 치킨게임 결과 드러날 가능성… 삼성존자·SK하이닉스 '숨통'
  • ▲ 키옥시아 일본 욧카이치 공장 전경 ⓒ키옥시아
    ▲ 키옥시아 일본 욧카이치 공장 전경 ⓒ키옥시아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계가 치킨게임에 한창인 가운데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설비투자(CAPEX)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기술력까지 뒤쳐진 두 회사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불황기를 버티지 못하면 낸드 적자로 골머리를 앓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낸드시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며 상위업체 중 한 곳이 사업을 접게 되는 치킨게임 결과도 내년 안에 드러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낸드 상위업체 중 가장 위태로운 곳은 2위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들 기업들이 치킨게임의 최종 희생양이 될 것이란 계산 아래 내년까지 버티기 전략에 돌입했다고도 전해진다.

    우선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길어지는 낸드시장 불황을 버텨낼 재무적 여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내년 CAPEX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미 두 회사의 올해 CAPEX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라 심각성이 두각되고 있다.

    두 회사가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계속되는 기술, 설비 경쟁을 버틸만한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이미 자본의 상당부분을 까먹을만큼 재무 여력이 없는 상황인데 여기에 신공장 투자나 연구·개발(R&D)까지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웨스턴디지털과 합병 후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식으로 자금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적 생각이다.

    두 회사가 합병 가격에서 이견을 나타내며 좀처럼 합의하지 못하는 사이 낸드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업계에서도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가장 먼저 낸드 감산을 시작하며 혹한기 버티기에 돌입했는데 예상보다 혹한기가 길어지는데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불면서 D램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낸드 수요가 되살아나기는 더 요원해졌다.

    게다가 낸드사업에만 집중하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과 달리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나머지 경쟁사들은 모두 D램을 주력으로 하는 곳들이라 AI 투자 수혜를 크게 누리고 있다는 점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 사업을 모두하는 기업들은 낸드에서 강도높은 감산을 하고 적자를 보는 대신 D램에서 고부가 제품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덕분에 낸드 적자를 만회하고 투자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내년에도 CAPEX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라는게 투자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은 이미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CAPEX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 내년엔 다소 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준이 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넘쳐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대응하려면 CAPEX 증가가 필수적인 상황이라 내년에도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투자는 확대기조다.

    이런 가운데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만 투자를 줄이고 경쟁을 이어간다면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생존 싸움에서 이미 이들의 패배가 유력하다보니 업계에서도 이들의 합병 성사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끈지 오래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에서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박사도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쉽지 않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합병을 논의하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낸드 개발 시점이 상당히 지연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아직도 6세대 112단 낸드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마이크론도 이미 종산한지 오래인 제품이다. 낸드 적층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키옥시아는 웨스턴디지털과 힘을 합쳐 지난 3월에야 218단 낸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연내 양산한다는 계획이지만 자금난에 빠져 설비투자를 줄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계획은 공염불에 불과해 보인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낸드시장은 빠르게 회복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SK는 낸드 적층 경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기술 우위를 점한 덕에 낸드시장이 회복되는 내년 하반기부턴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빈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또 한번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