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시장 부진 직격탄4Q들어 글로벌 서버 고객사 추가 공급 요청 등 실적 개선 청신호"전례 없는 시황악화 원인… 자본잠식, 업황 개선시 해소 가능한 일시적 현상"
  •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이 지난 3분기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긴 손실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연간 누적 손실 규모가 3조 3000억 원대였는데 지난 3분기까지만 이미 3조 7000억 원에 가까운 누적적자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6일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자회사인 솔리다임(법인명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3조 6724억 원 손실을 내며 지난해 적자 규모를 이미 넘겼다.

    솔리다임은 지난 2분기에 이어 올들어 2분기 연속 1조 원대 손실을 냈다. 지난 1분기에는 8559억 원 손실을 내며 선방하는가 했더니 2분기에 1조 4000억 원에 가까운 손실로 업황 악화의 심각성을 체감케 했다. 이때까지만해도 낸드 뿐만 아니라 D램도 수요 침체로 고전하고 있던 상황이라 솔리다임의 적자가 크긴 했지만 주목받지 못했고 업황 전반의 악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여겼다.

    올 3분기엔 분위기가 바뀌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조금씩 반등을 시작한데 이어 D램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가 폭발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실적을 회복해나갔다.

    특히나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면서 D램 사업에서 예상보다 빠른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아직 D램에서 흑자를 보지 못한 상태인데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업계에서 가장 먼저 반전의 역사를 썼다.

    다만 낸드사업에선 SK하이닉스도 아직 우려가 크다. 지난 3분기에도 낸드는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업계와 시장에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낸드시장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하고 있다. 낸드 수요가 회복돼 실제 기업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주려면 내년 하반기는 돼야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SK하이닉스 낸드사업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이 솔리다임이다. 솔리다임은 기업용 eSSD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시장 전반에 수요가 급감한데 더불어 기업용 메모리 시장은 AI 분야 투자로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더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솔리다임의 eSSD 전문성이 현재 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선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업계에선 솔리다임이 4분기에도 3분기 수준의 실적 충격을 이어나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3분기 충격으로 이미 올해 누적 기준 솔리다임 손실은 5조 4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4분기 추가 손실 규모에 따라 최대 8조 원대 적자를 낼 위험성까지 지적된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인수한지 만 2년 만에 누적 적자로만 인수대금의 70% 넘게 까먹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인수하고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적자규모는 7조 원에 가깝다. SK하이닉스는 당시 90억 달러(약 10조 3000억 원)를 들여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했고 내년 3월 2차 대금 잔액 2조 2912억 원을 지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낸드 수요단에서 변화가 감지되며 예상보다 솔리다임이 실적 반전에 일찍 나설 수 있다는 희망도 엿보인다. 

    업계관계자는 "4분기 들어서 솔리다임이 글로벌 서버 고객사로부터 추가 공급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며 "낸드 평균 판매 가격도 시장평균전망치보다 끌어올리며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 전반이 겪고 있는 전례없는시황악화 속에 솔리다임의 자본잠식은 업황 개선으로 해소 가능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4분기부터 영업적자폭을 점진적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되며 수익성 개선과 시황회복이 동반되면 자본잠식은 점진적으로 축소, 해소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솔리다임은 경영상황 개선을 위해 감산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본사와의 중복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등을 진행해왔으며 앞으로는 시황 개선과 맞물려 솔리다임의 강점인 다양한 고객 기반과 펌웨어 기술력을 토대로 기업용SSD(eSSD) 최적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 솔리다임 SSD 제품 이미지 ⓒ솔리다임
    ▲ 솔리다임 SSD 제품 이미지 ⓒ솔리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