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文정부 '통계 조작' 의혹 제기 후… 文 "재임시 최고 고용률" 반박혈세 들여 노인·단기일자리 양산… 조작된 통계수치로 재반박하는 '모순' 지적도한덕수 총리 "文 행보 이례적… 올 5월 고용률이 수치상 더 높아" 우회적 비판
  • ▲ 문재인 전 대통령.ⓒ뉴데일리DB
    ▲ 문재인 전 대통령.ⓒ뉴데일리DB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관련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한 감사원 발표에 대해 '문재인 정부 평가 보고서'의 통계치를 근거로 정면 반박에 나선 가운데 이를 둘러싼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통계를 조작한 정황이 발각됐음에도 왜곡된 통계 수치를 인용해 재임시절 업적을 인정받으려는 행동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제시한 통계도 실황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운 '거품' 수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한다"면서 해당 보고서를 첨부한 게시물을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기준 고용률이 62.1%, 핵심 연령층(15~64세) 고용률이 68.5%로 집계되는 등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 게시글에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이 사상 최고를 달성했다"고 적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운동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다.

    이밖에 다른 업적으로는 △비정규직 비율·임금격차 감소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노동분배율 대폭 개선 △장시간 노동·실노동시간 대폭 단축 △산재사고 사망자 대폭 감소 △노동조합 조직원 수·조직률 대폭 증가 △파업 발생 건수·근로손실 일수 안정 △고용안정망 사각지대 해소 등 다수의 사안을 언급했다.
  • ▲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페이스북
    ▲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페이스북
    이는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 정권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해석된다. 앞선 15일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고용 등 각종 통계가 조작됐다며 이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문 전 대통령이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을 홍보하기 위해 다방면의 통계를 조작하거나 언론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밝힌 고용 부문의 조작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에 비정규직의 급증(79만 명)이 예상되자 통계청을 향해 병행조사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효과가 35만~50만 명이라고 언론에 설명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2017년 2·3·4분기에는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가중값을 추가해 근로소득이 높아진 것처럼 조작했다. 이로 인해 실제 근로소득은 감소 추세였지만,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점차 증가하는 것처럼 통계가 왜곡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렇듯 통계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반박하기 위한 근거로 왜곡된 통계치를 제시하고 있어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거로 삼은 통계 수치 자체도 당시 고용시장의 현황을 담아냈다고 보기엔 어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의 경우 당시 전체 취업자 수(2712만3000명) 중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9.6%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0.5%포인트(P) 올랐다. 취업자 10명 중 1명꼴로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앞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과 2017년에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모두 9.0%로 나타났다. 문 정부 들어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시 늘어난 공공일자리 대부분은 혈세를 투입해 만든 노인 일자리와 아르바이트 성격의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2019년 공공 일자리를 산업별로 나눠보면 공공행정과 국방·사회보장행정(48.0%), 교육서비스업(27.7%) 등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재정이 투입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주로 이뤄지는 분야다. 근속 기간별로 보면 3년 미만(30.4%)이 가장 많았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로 보기 어렵다.

    반면 1년 전과 근로자가 같아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뜻하는 '지속 일자리' 비율은 2019년 기준 86.6%로 전년(89.0%)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전체 정부기관 일자리는 전년보다 10만2000개(5.4%) 늘어났지만, 공무원이 4만2000명(3.2%) 증가하는 동안 비공무원은 3배에 달하는 6만1000명(10.6%) 늘어났다. 증가한 비공무원 중 50대와 60세 이상의 고령층이 전체의 81.9%를 차지했다.

    전 정부에서 집계한 높은 고용률 등 긍정적인 통계치와는 달리, 실제 고용시장은 관제(官製) 일자리 거품이 가득해 단순 수치만으로 해석하기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통계 분식 논란은 문재인 정부 내내 지적돼 왔던 사안이다.
  • ▲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현 정부 역시 이런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문 전 대통령께서 '임기 중 취업·고용 등이 제일 좋았다'는 등의 말씀을 하셨다. 왜 그러셨는지 잘 모르겠다"며 "전 대통령이 통계 등을 언급하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발언했다.

    한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이 말한) 전체 맥락이 문 정부 때 고용 상태가 굉장히 좋았고 지금은 경제가 조금 어렵거나 나쁘다는 말씀을 하신 거라면 그런 건 아니다"라며 "수치로써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한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이 보고서를 인용해 주장한 지난해 역대 최고치의 핵심 연령층 고용률(68.5%)을 달성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그때 최고치를 경신한 건 맞지만, 올해 6월에는 같은 고용률이 69.9%로 더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5~29세 청년 실업률이 4.5%로 역대 최저치인 점도 함께 언급하며 문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 총리는 감사원의 통계 조작 감사 결과에 대해서 "다 확연하게 밝혀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미리 판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다만 잘못된 통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는 "국가는 정확한 통계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통계가 잘못되면) 국내 경제 정책을 잘못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은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한 총리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국가 신인도와 경제정책 정상화를 위해 건전성 확보가 꼭 필요하다"며 "이 시점에서 다시 추경으로 몇십조 원 빚을 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