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 시 은행‧비은행 간 경쟁 촉진 및 서비스 향상 기대지급결제 안정성 우려 제기됐으나 다소 과장된 측면 있어"증권사 WM 서비스 강화 및 수익성 극대화 중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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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이른바 '증권사 월급통장'으로 불리는 증권 등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확대가 현실화할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권은 결제 안정성 등을 이유로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를 반대하고 있으나, 증권업계에선 제도 허용 시 증권사와 은행 간 기업금융서비스 경쟁이 촉진되고 기업금융서비스 질도 향상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서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을 지속 검토 과제로 남겨놨다. 

    추진 방안을 고민 중인 금융당국은 지급결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와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을 추가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인 지급결제 허용은 증권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하고 급여통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현재 증권사 계좌를 통한 지급결제 서비스는 개인 고객에게만 허용된다. 기업들은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이체 업무를 할 수 있다.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기업들은 증권사 계좌로 대금 지급 및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해당사자인 은행권은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결제리스크 관리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법인 지급결제는 기술적으로나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고객은 은행 입장에서 손쉽게 양보할 수 없는 수익원일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법인 지급결제 서비스 허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간 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에 법인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할 경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금융투자 서비스 관련 편리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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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관련 쟁점과 과제' 리포트를 통해 증권사에 법인 자금이체 업무를 허용할 경우 기업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증권사와 은행 간 기업금융서비스 경쟁이 촉진되고 서비스 품질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현재 은행의 기업금융서비스가 질적으로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은행은 기업의 여유자금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주지 않고 저비용 자금조달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거의 모든 중소기업이 은행을 주거래 금융회사로 선택하지만, 중소기업의 약 90%가 여유자금을 별도로 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달리 증권사는 은행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여유자금을 운용하고 관리할 수 있다"라며 "특히 해외 증권사처럼 여유자금의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현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기업의 니즈에 맞게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에 따른 급격한 머니무브에 대해선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 금융거래 등을 고려할 때 주거래 금융회사를 증권사로 바꾸더라도 머니무브는 천천히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은행에서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일어난다는 것은 기업의 편익이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이고, 은행도 이에 대응해 은행도 기업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기업금융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사회후생이 이전보다 증대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급 결제 안정성에 대해서도 "지급결제 안정성 관련 우려에 대한 주장들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고, 이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라며 세간에서 제기하는 결제불이행 리스크 관련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한편 이 연구위원은 법인결제 허용 관련 정책적 기대효과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증권사가 먼저 지급결제서비스와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수익성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유동성 관리에는 미흡한 현행 CMA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현금자산의 유동성과 수익성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의 현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증권사는 기업의 성장단계 또는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유망한 창업 초기기업과 중소기업이 사적 또는 공적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자금중개자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