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셋값 6주연속 상승세 기록부동산원 "저가매물 소진으로 가격상승"전셋값 상승으로 '갭투자' 다시 고개 들어전세사기 탓에 월세선호 현상 지속될 것
  • ▲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 걸려 있는 전월세·매매 안내판. ⓒ뉴데일리DB
    ▲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 걸려 있는 전월세·매매 안내판. ⓒ뉴데일리DB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셋값이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역전세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갭투자 거래건수도 증가하는 등 시장불안요소가 여전해 가을이사철 임대차시장 전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금리 △아파트 수요집중 현상 △여전한 전세사기 불안감 등으로 소위 가을이사철이라고 불리는 하반기 임대차시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발표를 보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주연속 상승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5월 셋째주부터 지속 오름세에 있다. 9월 셋째주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0% 올라 올해 최고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저가매물이 소진되면서 상승거래가 발생해 서울 전체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셋값 상승은 결국 수요가 공급을 앞선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를 보면 8월 전국 전세거래량은 21만7254건으로 전월대비 3.4% 증가했다. 7월 거래량이 6월보다 3.3%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서진형 대표는 "전세사기 등으로 아파트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져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는 고가전세 아파트 수요는 계속 증가시키는 반면 저가전세인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수요는 하락시키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상승현상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상승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정규 교수는 "현재 나오고 있는 지표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해서 집계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며 "연립주택이라든지 다른 비아파트 주택유형 경우 전셋값이 실제 상승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시장을 더 정확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가격상승 원인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전셋값 상승과 다른유형 주택물량 공급 및 수요부족 현상"이라고 했다.

    두 교수 모두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전셋값을 견인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공급물량 부족과도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서정렬 교수는 "수요를 공급이 커버하지 못해 '수요공급 불일치'가 발생함에 따라 매물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며 "물량이 부족해지자 계약 만기가 도래한 쪽에서는 전세계약금이 올라가는 추세가 지표상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전셋값과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12일기준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매매거래 27건중 8건이 갭투자였다. 직전달 서울 갭투자 비중은 전체 아파트 매매량 4559건중 192건으로 4%에 불과했다.

    강정규 교수는 "갭투자 거래건수 증가는 정부가 바라는 시장 안정화라든지 가격 연착륙 방향과는 반대로 갈 수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발표된 주택공급대책을 보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주택수요나 가격상승에 빌미를 줄 수 있는 금융·세제 혜택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 말이 즉 갭투자에 대한 우려를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는 판단과 동일하고 이번 대책발표에 그 의도가 표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표 역시 "갭투자가 계속 증가하게 되면 깡통전세라든가 역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시장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서정렬 교수는 오히려 가격상승에 따른 갭투자 증가는 깡통전세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전세사기가 일어난 이유는 전셋값이 떨어져서였고 이는 역전세난도 마찬가지"라며 "오히려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갭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니까 부동산 시장이 활발하던 당시의 우상향 방향성이 어느 정도 다시 잡혔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갭투자가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서정렬 교수 말처럼 현재 부동산시장에는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오히려 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8월 주택통계상 올 1~8월까지 전월세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5.0%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4%p 높은 수치다.

    강정규 교수는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월세선호 현상은 전세사기 탓이 크다"며 "보증금을 못 돌려받느니 월세 살고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전월세전환율이 5%대로 전세자금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전세금을 못 돌려받을 우려가 있다면 뭣 하러 들어가겠나"라고 첨언했다.

    7월기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서울에서 5.3%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전세대출금리는 이보다 소폭 낮은 3~4%다. 강 교수 말은 전세대출금리가 좀 더 낮긴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기회비용을 고려해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정렬 교수는 추석연휴후 소위 '가을이사철'이라고 하는 하반기 임대차시장 분위기에 대해 지금과 같은 전셋값 상승과 월세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공급물량 부족과 고금리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분위기가 한동안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한정된 얘기"라며 "지방은 전셋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부산만 해도 부동산원 발표를 보면 매매가격이 소폭 하락하고 전세가격도 떨어졌다"며 "지방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초과분에 대해 월세로 되돌려주는 '역월세'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증가한 것을 두고 전국 부동산시장이 반등했다고 얘기할 수 없는 측면이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