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선박 개·보수 시장 성장세정기선 설립 주도… 출범 5년 만에 매출 1조 돌파내년 상장 추진, 기업가치 4조 안팎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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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주도한 친환경 선박 개·보수 사업이 성과를 나타내면서 3세 경영의 보폭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선사마다 글로벌 탄소 중립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노후 선박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친환경 연료 전환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정기선 사장의 판단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연내 유럽과 아시아선사로부터 노후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개조하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건의 계약 금액은 총 약 2000억원이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발 LNG 수급 대란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FSRU의 수요가 늘고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FSRU를 새로 도입하기까지 2~3년이 필요한데 반해 LNG 선박을 FSRU로 개조하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좋은 대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중립 규제 강화도 선박 개조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사들은 현재 선박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바꾸거나 스크러버를 장착해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스크러버는 황 함유량의 강력한 규제로 선박의 배기가스의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장치를 뜻하는데, 많은 선사들이 당장 친환경 선박으로 신조 발주를 하기 보다는 스크러버 설치를 선호하고 있다.

    2016년 현대중공업 서비스사업 부문에서 분리돼 설립된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설립을 적극 추진한 회사다. 선박 개조·유지보수 시장의 가능성을 눈 여겨 본 것이다.  

    통상 선박 수명은 20~30년인데, 선령이 3년 이상 지나면 엔진과 각종 기자재를 보수해야 한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의 효자 선종인 LNG선박에는 최신 기술이 적용돼 부품 단가가 비싼 데다 숙련된 엔지니어가 필요해 수리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사후관리(AS) 시장이 커지면서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출범 첫 해 매출 2403억원, 영업이익 564억원을 기록, 설립 5년 차인 2021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3388억원, 영업이익 1419억원을 거두면서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영업이익률 15%를 기록하며 HD현대 계열사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일본 경제동우회 만찬 간담회에서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연 매출 2조원 가까이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더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저탄소 혹은 무탄소로 선박 연료를 개조하는 수요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탄소집약도지수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은 선박은 12.8%에 달한다.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1회 이상 E등급을 받으면 운항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환경 규제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신규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회사는 내년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지난 7월 기업공개(IPO) 계획을 확정 지었다. 증권업계에서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실적 성장세가 꾸준했던 만큼 4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