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말 정기 임원인사 전망… ‘안정’vs‘쇄신’ 전망 갈려재계 순위 6위로… 계열사 신용등급 줄하향 등 영향 줄 듯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유통 부문 이동 여부도 관심사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
    재계가 본격 인사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롯데그룹의 연말 정기 인사에 시선이 쏠린다. 올 들어 13년 만에 재계 5위에서 6위로 밀려난데다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계열사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지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어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정기 인사는 내달 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9월부터 계열사별 주요 임원과 승진 대상자들을 상대로 임원 평가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통상 롯데그룹은 11월 말 인사를 발표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등이 발생하면서 12월 중순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최근 대내외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인사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지, 흔들리고 있는 그룹 위상을 수습할 ‘충격요법’을 꺼내 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고강도의 쇄신을 전망하는 측에선 롯데가 처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재계 순위가 5위에서 6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의 신용 등급마저 줄줄이 강등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적 또한 지지부진하다.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큰 롯데쇼핑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이 6% 감소하며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이 밖에 백화점과 이커머스, 홈쇼핑 등의 성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이에 고강도의 혁신이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헤드쿼터(HQ) 체제 해체 등 대규모 변화를 전망하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 신동빈 회장 또한 올해 하반기 사장단회의(VCM)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위한 ‘언러닝 이노베이션(Unlearning Innovation, 과거를 버린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반면 안정적 인사를 전망하는 측에서는 지난 3년간 롯데의 인사 키워드가 ‘쇄신’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실적 악화에 직면한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외부수혈 등 혁신에 입각한 인사를 단행해왔다. 지난 2020년엔 계열사 임원 20%를 줄이고 50대 초반 인사를 대거 등용하는 등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이듬해인 2021년에는 순혈주의 전통을 타파하고 유통과 호텔에 각각 김상현 부회장과 안세진 대표(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소장) 등 외부 인사를 적극 수혈했다. 2017년부터 이어져 온 비즈니스유닛(BU) 체제도 폐지했다. 

    지난해 또한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과 김혜주 전 신한은행 상무를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와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로 각각 발탁했다. 아울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세대 교체도 단행했다. 지난해 롯데의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 평균(58세) 대비 1세가량 젊어졌다. 최근 몇년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져온 만큼 올해는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차기총수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거취에도 시선이 쏠린다. 현재 롯데그룹은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토대를 쌓아가고 있다. 신 상무는 현재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상·하반기 VCM에 모두 참석했고 롯데가 역점을 둔 베트남 사업 현장에도 동행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 상무가 유통 부문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신 상무가 거취를 두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업황 회복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실적이 나은 유통부문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것.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 총괄인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백화점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모두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달 22일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하노이 오픈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들은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유통 부문도) 앞으로 할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면서 “주력사업이 모두 부진한 만큼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