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도박중독 치료받은 청소년 7880명19만명 도박 위험수준… 사채·마약 배달 등 범죄 연루도"범정부 차원의 청소년 불법도박 근절 교육·홍보 절실"
  • ▲ 불법도박사이트 ⓒ연합뉴스
    ▲ 불법도박사이트 ⓒ연합뉴스
    불법 도박 단속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관련 법안도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는 사이 청소년 불법 도박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이 제출한 '최근 5년간 도박중독치유서비스 이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도박 중독치유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10만 명에 달했다. 이 중 10대 이용자는 7880명으로 7.8%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도박중독 치유서비스를 받은 10대 이용자는 2018년 1027명에서 2022년 1460명으로 늘어나더니 올해 8월 기준으로는 1406명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1400명대를 기록했던 10대 이용자가 올해 들어서는 8개월 만에 1400명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불법스포츠 도박 사이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도박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이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무분별한 광고로 불법 도박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실제 청소년 등은 게임머니를 벌 수 있다는 SNS에 속아 불법도박에 발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추정한 불법 도박 규모는 2019년 81조5474억 원에서 지난해는 102조7236억 원으로 20조 원쯤이 늘었다. 하지만 단속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사감위 온·오프라인 불법도박 단속인력은 단 1명이 증가한 11명에 불과했다. 불법 도박 단속 예산도 지난해 6억6000만 원에서 5억6000만 원으로 1억 원이 삭감됐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청소년들이 도박 관련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10대 도박 입건 현황'에 따르면, 도박사범 피의자는 2018년 104명, 2019년 99명, 2020년 190명, 2021년 134명, 2022년 122명으로 늘고 있다. 지난 8월 광주와 전남에서 한 학생이 차량 내부에 보관된 현금 600만 원 등을 훔쳐서 달아났는데 이유는 도박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뛰어드는 청소년도 있었다.

    예치원이 발간한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불법도박으로 검거된 만 14~19세 청소년은 2017년부터 2022년 6월까지 268명으로 집계됐다. 도박 청소년의 평균 나이는 2017년 18.2세에서 2022년 7월 17.6세로 낮아졌다. 재학 중 청소년을 기준으로 도박을 처음 경험한 나이는 평균 11.3세로 조사됐다.

    예치원이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에서도 2021년 10월 기준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398만6403명 중 19만562명(4.78%)이 도박 위험집단이었다.
  • ▲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상황이 심각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초, 중, 고등학생 19만여 명이 '도박 위험집단'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에 손을 대고 마약 배달,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까지 연루되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청소년 불법 도박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시했다.

    하지만 불법 도박을 막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복제 사이트를 개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시간인 데 비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개월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3월 도박 또는 사행성 사이트 등의 차단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서면의결로 신속하게 하는 이른바 '신속 차단제도'(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 법률 일부 개정안)를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다.

    성 의원은 개정안을 제출하며 "성폭력 범죄 등 불법촬영물은 피해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서면의결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도박 등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도박 또는 사행성 정보는 신고부터 차단까지 3~6주가 소요되는 반면, 불법도박사이트의 운영자가 복제 사이트를 개설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1~2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면의결을 허용하면 불법정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법안 통과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저희는 민간사업자라 청소년 불법 도박 근절을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나 홍보를 하기가 어렵다. 교육부와 경찰청, 사감위 등이 협조해 범정부 차원의 근절 활동을 한다면 저희도 교육청 등과 협조해 교육이나 홍보 등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