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다수 기관 참여 불구 밴드 상단 초과 못해외국계 기관투자자, 공모가 밴드 내 공모가 결정 선호당국, 공모가 부풀리기 방지…"과도한 기업가치 상향 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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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코스닥 기업 중 공모가를 희망공모밴드 최상단을 초과해 결정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처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하는 기업들은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에 힘입어 희망밴드 상단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코스닥 IPO 기업 중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을 넘은 종목이 속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PO를 진행 중인 2차전지 정밀금형 부품·소재 전문 업체 유진테크놀로지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5영업일 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2800~1만45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7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밖에 ▲스마트 헬스케어 솔루션 제공 기업 유투바이오 ▲반도체 설계자산(IP) 개발 전문기업 퀄리타스반도체 ▲2차전지 전장부품 전문기업 신성에스티 ▲반도체 공정 환경제어 장비 전문기업 워트 등도 각각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책정했다.

    통상 코스닥 상장 예정 기업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청약 참여 기관 중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으로 제시한 기관의 비율이 높을 경우 공모가를 밴드의 상단을 초과해 결정한다. 

    반면 코스피 신규 상장사의 경우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을 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실제 지난 5일 상장한 올해 IPO 대어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서 참여한 국내외 1920개 기관의 100%(가격 미제시 포함)가 밴드(2만1000~2만6000원)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으나, 회사는 공모가를 상단인 2만6000원으로 결정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전체 참여 물량의 100%가 2만60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라면서도 "장기 투자 성향의 투자자 확보 및 일반 청약자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공모가격을 상단으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데 있어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반대가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코스피 IPO 기업의 경우 코스닥 상장 기업에 비해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된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공모가 밴드라는 것은 주관사가 발행사와 고민해 합리적으로 잡아놓은 가격"이라며 "그 이상으로 공모가를 책정하는 것에 대해 외국계 기관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기관들은 해당 기업의 가치를 봤을 때 최대치가 정해진 상황에서 그 밖으로 공모가가 뛰어넘는 것에 대해 오버밸류로 판단한다"라며 "공모가 상단 이상을 쓰면 들어오지 않겠다는 곳들도 있어 코스피 IPO 기업들은 희망밴드를 뚫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당초 신규 상장주의 공모가가 최상단을 뛰어넘는 일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공모가가 밴드의 상단을 초과하는 현상은 금융당국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에 당국은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산정하는 기업에 대한 기준을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공모가를 합리적으로 산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금감원은 전일 IPO 기업들이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으로 미래 영업실적을 추정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 서식을 개정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비상장 시장에서의 과도한 기업가치 상향은 유통시장 투자자의 기대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상장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낮아진 건 가격제한폭이 400%로 확대됐기 때문이 아니라 공모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