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준공 후 2025년 양산 예정2.5D 패키징 등 차세대 기술 대응세종, 모바일 반도체 패키지기판 주력 거점국내 유일 '임베딩' 등 차별화 기술 보유
  • ▲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설비시설. ⓒ삼성전기
    ▲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설비시설. ⓒ삼성전기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이 신공장 준공을 앞두면서 기판 사업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일 방문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신공장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설 중인 신공장은 패키징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2.5D 패키지가 고성능 반도체 구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필수 부품인 패키지기판을 공급할 수 업체는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은 통합된 시스템으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초미세화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필요로 하고, 차세대 CPU로 주목받고 있는 ARM 기반 프로세스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반도체 적층 방식인 2.5D 패키징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임승용 삼성전기 부사장은 "신공장의 공정들은 세종사업장의 기존 4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며 "현재와 달리 한 세대 높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층 규모의 신공장은 내년 5월 준공일정을 목표로 정상 진행 중"이라며 "다만 설비 투입 등은 프로세스 공정에 따라 차근차근 플랜을 밟아 2025년까지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공장은 기존 1~4공장 각각의 절반 수준 규모로 추정되는데, 주변 부지가 남아 향후 확장 가능성도 보인다. 

    특히 신공장에는 세종사업장 처음으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설비·인프라, 물류 자동화 생산체제를 적용해 제품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고, 최고 수준의 청정 환경 구축으로 우수한 품질의 기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반도체 시장은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2027년 752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2023년 106억달러에서 2027년 152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1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와 같은 산업·전장 분야를 주축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 ▲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설비시설. ⓒ삼성전기
    ▲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설비시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삼성전기 기판사업 태동지

    1991년 PC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을 시작으로 삼성전기 기판사업의 첫 걸음마를 뗀 세종사업장(당시 조치원사업장)은 1997년 고부가가치 기판인 반도체 패키지기판 생산을 통해 당시 일본산 기판 독점 시대를 마감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을 기술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전자부품산업의 산실이다.

    세종시의 대표 산업단지인 명학산업단지에 위치한 세종사업장은 산업단지내 최대 규모인 5만3000평(축구장 24개 크기)으로, 공장·지원·복지동 등 12개의 건물에 약 18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세종시에서 가장 고용 인원이 많은 사업장이다.

    세종사업장은 현재 부산사업장과 함께 반도체 패키지기판 주요 생산거점으로 모바일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산은 PC, 서버 제품에 들어가는 패키지용 부품에 주력하고, 세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IT 제품과 전장용에 집중하고 있다.

    세종사업장은 삼성전기 국내 사업장 중 유일하게 반도체 패키지기판 단일 제품을 생산하는 기판 핵심 기지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AP, 메모리 반도체, 5G 안테나와 같은 통신모듈 및 전장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패키지기판을 생산 중이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 플래그십 모바일 AP용 기판은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칩을 두뇌에 비유한다면, 패키지기판은 뇌를 보호하는 뼈와 뇌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각 기관에 연결해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반도체 칩은 메인 기판과 서로 연결돼야 하는데 메인 기판의 회로는 반도체보다 미세하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반도체 칩의 단자 사이 간격은 100㎛(마이크로미터)로 A4 두께 수준인 것에 비해, 메인 기판의 단자 사이 간격은 약 350㎛로 4배가량 차이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이 필요한데 이것이 반도체 패키지기판이다.

    과거 반도체는 기판 위에 반도체 칩이 하나 올라가는 단순한 구조였으나,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회로 미세화가 진행되고 트랜지스터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EUV 공법 등 미세화를 위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미세화 기술 성장의 제한과 고가 설비 도입 등 공정비용 상승으로 반도체 원가가 높아져 패키징과 같은 후공정에서 반도체 성능 향상과 원가를 낮추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또 과거에는 칩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잘 만들어진 반도체 칩을 어떻게 조합해서 고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즉, 패키지 전체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반도체 칩을 패키지 기판 위에 올려 기능을 향상시킨 멀티 패키지 형태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칩들이 잘 작동하기 위해 기판의 회로 선폭이 미세화되고, 기판 면적도 커지고 층수도 늘어나는 등의 패키지기판의 기술 고도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패키지기판의 기술 고도화는 제조난도가 높고, 만들 수 있는 업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 또한 높다.

    또한 과거 반도체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제조사가 일부 반도체 업체로 제한됐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핵심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칩 생산에 나서면서 패키지기판 수요 증가에 요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기판 제작 공정은 회로 배선을 구현하는 전공정과 표면처리를 하는 후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 전공정의 대표 공정으로는 회로 형성, 적층, 도금 공정이 있으며, 후공정은 SR(Solder Resist) 공정이 있다.

    회로 형성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과 유사한데, 고객으로부터 제공받은 설계를 바탕으로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으로, 기판 위에 빛에 반응하는 감광성 고분자 물질인 포토레지스트를 얇게 바른 후 원하는 패턴의 마스크를 올려놓고 빛을 가해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이다.

    적층 공정은 회로 형성이 완료된 내층 기판과 층과 층 사이에 절연층을 겹쳐 쌓은 후 일정한 온도와 압력을 가해 여러 층의 기판을 반복적으로 쌓는 공정이다.

    도금 공정은 적층된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내고 표면에 도금을 해 각 층간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공정이다.

    후공정인 SR 공정은 회로 형성 후 기판에 형성된 회로의 손상 및 성능 저하 방지를 위해 도포되는 절연물질로, SR 잉크에 성분에 따라 기판 외부의 색깔이 결정된다.
  • ▲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임직원이 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기
    ▲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임직원이 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기
    ◆국내 유일 '임베딩' 등 차별화 기술 보유

    세종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인 FCCSP(Flip-Chip Chip Scale Package)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해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반도체 패키지기판이다. FCCSP는 반도체 칩의 크기와 거의 동일한 크기의 기판으로 반도체와 기판 사이에 전기적 신호 이동 경로가 짧아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주로 스마트폰 AP용 반도체 칩에 사용된다.

    UTCSP(Ultra-Thin Chip Scale Package)는 반도체 칩과 패키지 기판을 얇은 금선으로 연결하는 기판으로 반도체 칩이 차지하는 면적이 전체의 80% 이상인 기판이다. 주로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나 다수의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리는 멀티칩 패키지(MCP)에 사용된다.

    RF-SiP 기판은 하나의 기판에 여러 개의 칩과 수동소자를 실장하는 모듈형태의 기판으로 5G 모듈 같은 통신용 모듈에 주로 사용된다.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은 '미세 가공 기술' 과 '미세 회로 구현'이다.

    전자기기의 기능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부품도 많아지고, 신호 전달에 필요한 길, 즉 회로가 많이 필요하고 복잡해진다.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길(회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면으로는 부족해 4층, 6층, 8층, 10층 등 여러 층으로 만들어야 한다.

    층간에도 회로가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구멍을 뚫어 전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을 비아(Via)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80㎛ 크기의 면적 안에 50㎛의 구멍을 오차 없이 정확히 뚫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의 10분의 1 수준인 약 10㎛ 비아를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또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회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회로 선폭과 간격도 미세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8~10㎛ 수준의 얇은 회로 선폭을 구현해야 한다. 최근에는 반도체 입출력 단자 수가 증가하면서 더 미세한 회로 구현을 필요로 하는데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 1인 3㎛ 수준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종사업장만의 차별화 기술은 '임베딩(Embedding)' 기술이다. 삼성전기는 국내 기판 업체 중 유일하게 임베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임베딩 공법은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이다.

    전기신호가 지나가는 길인 회로는 연결해야 할 신호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신호의 경로도 길어진다. 신호 경로가 길어지면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 중에 손실이 생기는데, 임베딩 공법을 통해 신호 경로 길이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