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5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 메가시티·공매도 등 휘발성 강한 의제 선점서울·김포 TF구성 논의, 증시 활력 등 신속한 후속 조치에 메가톤급 파급력까지민주당, '선거용 이슈몰이' 비판하며 반전 카드 모색… 정쟁 대신 정책대결 고무적고질적 퍼주기·포퓰리즘으로 퇴색할라 우려… 미래 발생비용·리스크 줄이는 선택해야
  • ▲ 서울 생활권에 근접한 경기도내 도시.ⓒ연합뉴스
    ▲ 서울 생활권에 근접한 경기도내 도시.ⓒ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 어젠다 경쟁이 불붙었다. 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큰 데다 고물가, 고환율 등 복합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정쟁 대신 민생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겠다는 정책대결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정치권이 건설적인 성장의 담론을 만들어 가지 못하고 퍼주기·'표(票)퓰리즘'으로 흐를 경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번 어젠다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그동안 의제 선점에서 밀렸던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김기현 대표가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서울 메가시티' 논쟁에 불을 댕겼다. 실제 행정구역 개편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지방자치단체 의견수렴 등 복합한 과정을 거쳐야만 해서 일각에서는 선거용 이슈몰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잖다. 하지만 이른바 '서울시 김포구' 편입은 계속 뒤처지고 있는 서울시의 글로벌 도시경쟁력 제고는 물론 정책 수혜자인 지역주민 입장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겠다는 태도의 변화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임이 분명하다.

    전날 전격 시행된 공매도 전면 금지도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공매도 금지는 애초 금융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여당이 적극 설득한 결과로 알려졌다.

    이런 여당의 어젠다 선점은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왔다. 증시는 단번에 활력을 되찾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지수는 2502.37로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34.03포인트(p·5.66%)나 급등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던 지난 2020년 3월25일(5.88%)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7일 오전 증시는 숨 고르기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주와 제약·바이오주가 여전히 힘을 받고 있다.

    메가시티도 후속조치가 발 빠르게 이뤄지며 어젠다 제시가 단순한 선거용 이슈몰이가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 6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나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서울시와 김포시는 이날 '공동연구반'을 구성해 김포의 서울 편입 효과와 영향을 심층 분석하기로 했다. 또한 '동일 생활권 삶의 질 향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리·하남·고양 등의 편입 방안도 함께 분석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경기 화성시 동탄역에서 '광역교통 국민 간담회'를 열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조기 개통과 D·E·F노선 연장·신설 등을 직접 언급하며 민생을 챙기는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메가시티, 공매도에 이어 다음 어젠다로 세금 정책을 제시할 거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여당의 어젠다 선제공격에 한 방 제대로 맞은 야당도 반격 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메가시티, 공매도 금지 등에 대해 선거용 공수표라며 비판하면서도 '민생 경제 정책'으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공매도 금지는) 여당 시절에 눈치 보느라 못 했는데 당장 개미들이 열렬히 환영하는 사안이라 우리로선 한 방 먹은 셈"이라며 "최근 여권에서 내놓은 이슈들은 (민주당) 지지층을 흔드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다가오는 총선의 승리에 대해서 마치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하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의 어젠다 선점에도 당내 일각에서 '200석 확보' 발언 등이 나오며 내년 총선에 대해 낙관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오만함과 안이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앞서 정동영 상임고문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했고, 이탄희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도 '범야권 200석'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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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 정쟁에 몰두했던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바를 찾아 정책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 각자 내놓은 어젠다를 건설적인 담론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헐뜯기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귀결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때마침 국회는 국정감사를 마무리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자회견을 톺아볼 때 현실화할 공산이 적잖아 보인다. 이날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비판하며 확장재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주장하며 나랏빚을 더 내서라도 재정이 제 역할을 한다면 "추경 춤이라도 추겠다"고 말해왔던 터다. 이 대표는 이어 혈세 지원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청년층을 겨냥한 '청년 3만 원 패스' 도입을 주장했다.

    당장 정부에선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대표가 주장한 '확장재정을 통한 3% 경제성장률 달성'에 대해 "허약한 경제체질과 결국 빚더미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지금도 빚내서 나라 살림을 사는데 (이 대표 주장은) '빚을 왕창 더 내자, 대규모로 빚을 많이 내서 풀자'는 것으로 표현하는 게 정확한 것 아닌가"라면서 "막연히 돈을 풀어 3% 성장률을 가자고 한다면 우리 경제 실력보다 거품을 1% 이상 만들자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돈을 막대하게 퍼붓지 않으면 그 거품은 꺼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은 비단 야당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거론한 소상공인 대환대출과 4조 원 규모의 저리 융자도 서민을 따뜻하게 보듬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대출 부실화 등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 GTX 사업 추진을 위한 모든 절차를 완료하겠다며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단축을 지시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없잖다. 무리한 예타 단축은 자칫 졸속 사업타당성 검증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 경제가 작금의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포퓰리즘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비전이 담긴 정책으로 진검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미래의 사회적 지출 비용을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