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콘셉트는 골목길… 전쟁 극복과 치유, '정' 담아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 중장년층에는 '추억'현대백화점만의 '스타일·스토리·스페이스' 표현
  • ▲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가 올해 H빌리지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가 올해 H빌리지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올해 H빌리지는 단순한 전시가 아닌 고객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 구현에 중점을 뒀다.”

    9일 오전 더현대서울 5층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만난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Visual MerchanDiser) 책임은 “장인들이 살고 있는 공방 거리를 동화적으로 구현해 X세대에게는 골목길의 향수를, MZ세대에는 이국적인 풍경을 느끼게 만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건물 외벽을 중점적으로 꾸미는 다른 백화점들과는 달리 더현대 서울은 매년 실내 5층에 위치한 3300㎡(1000평) 규모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연출한다.
  • ▲ 직접 해외에서 들여온 호두까기 인형 500여개로 공간을 꾸미는 등 디테일에 집중했다.ⓒ조현우 기자
    ▲ 직접 해외에서 들여온 호두까기 인형 500여개로 공간을 꾸미는 등 디테일에 집중했다.ⓒ조현우 기자
    11월 1일 개장한 ‘해리의 꿈의 상점’은 11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현대백화점의 16개 전 점포를 상징하는 16개의 부티크(상점)와 마르쉐(시장), 6000여개의 조명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골목길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우체국, 케이크샵, 그릇공방, 호두까기 인형존 등 크리스마스 감성이 묻어나올 수 있도록 연출했다. 오픈 이후 주중에는 5000명, 주말에는 하루 1만명이 찾을 정도다.

    정 책임은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연출 원칙은 ‘3S’를 중점으로 구성된다”면서 “스타일, 스토리, 스페이스(공간)이다”라고 말했다.
  • ▲ '골목길' 콘셉트에 맞춰 크리스마스 트리는 중앙광장이 아닌 골목길 끝에서 선보인다.ⓒ조현우 기자
    ▲ '골목길' 콘셉트에 맞춰 크리스마스 트리는 중앙광장이 아닌 골목길 끝에서 선보인다.ⓒ조현우 기자
    스타일은 H빌리지 콘셉트 그 자체로, 숲과 집을 꾸미고 대형 트리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공간을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크리스마스가 아닌 고객과 더 가깝게 호흡하고 경험하면서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스토리다.

    사운드 포레스트는 매년 다른 스토리를 콘셉트로 운영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이어진다. 지난해에는 아기 곰 해리를 위해 다양한 인형들을 만들어주는 할아버지의 따듯함을 그렸다면, 올해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반대로 아기 곰 해리가 황금 마카롱 등으로 할아버지에게 짧지만 행복한 꿈을 선사한다는 내용이다.

    정 책임은 “매년 글로벌 이슈를 더해 현대백화점 내에서 동화를 창작한다”면서 “지난해 같은 경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아기곰 해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 갈등을 콘셉트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전쟁 이후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소망과 꿈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 이웃과의 정을 담은 '골목길' 콘셉트로 각각 다른 컨셉의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조현우 기자
    ▲ 이웃과의 정을 담은 '골목길' 콘셉트로 각각 다른 컨셉의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조현우 기자
    ‘스토리’는 ‘공간(스페이스)’로 이어진다.

    지난해 전쟁을 고려해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광장, 대형 트리를 모두 연결하는 방식으로 연출했다면 올해는 실향민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따듯함과 정겨움, 이웃 간의 가까움을 표현할 수 있는 ‘골목길’을 표현했다.

    정 책임은 “처음 골목길 콘셉트를 잡았을 때, 통로 폭이 3m밖에 되지 않아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면서 “예약제를 통해 한 번에 100명씩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스토리에서 나온 '황금마카롱'을 직접 구매하고 맛볼 수 있다.ⓒ조현우 기자
    ▲ 스토리에서 나온 '황금마카롱'을 직접 구매하고 맛볼 수 있다.ⓒ조현우 기자
    16개 상점 가운데 우체국과 도서관, 호두까기인형 숍, 케이크 가게 등 4개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상점에서는 실제 상품도 판매한다.

    정 책임은 “지난해 해리곰 인형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선물로 증정했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서 올해는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황금 마카롱’도 판매한다. 아기 곰 해리가 할아버지에게 주는 황금 마카롱은 생화에 직접 금을 붙이는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제작하고 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식용 금을 붙여 제작하다보니 하루 생산량은 100여개에 불과하다.
  • ▲ 정 책임이 건물 양식과 제품 특징 등 디테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정 책임이 건물 양식과 제품 특징 등 디테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사운드 포레스트 내 상점은 각각 다른 콘셉트로 연출됐다. 호두까기인형 숍에는 직접 구매대행을 통해 들여온 인형 500여개로 채웠고, 케이크 가게에 들어가면 케이크 냄새가 나도록 연출했다. 접시 가게와 초콜릿 가게, 인형 가게 등의 펫말을 각각 상점 특징에 맞게 다르게 제작하는 등 디테일에 집중했다.

    정 책임은 “건물의 경우 ‘아르 누보’ 양식에서 나오는 식물의 패턴을 모티프화 해서 꾸미는 방식으로 디테일을 살렸다”면서 “이러한 디테일을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이국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골목길 잡화상점 등의 콘셉트도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다.ⓒ조현우 기자
    ▲ 이국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골목길 잡화상점 등의 콘셉트도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다.ⓒ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