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 금고 이상 형에서 '의료 관련 또는 중대범죄'로 완화 면허관리 권한 확보 강조하는 의협… 대리수술·마약 의사 회원자격 박탈논란 속 김윤 교수 징계 건은 면허관리원 설립과 별개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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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일 '의료인 면허취소법' 시행에 따라 의사는 의료 사고가 아니어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지만 추후 재개정이 이뤄져 중대범죄로 제한될지 주목된다. 이러한 상황 속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면허관리원 설립 자율 징계 등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인 면허취소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대정원 확대 등 이슈와 맞물려 여당이 처분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를 ▲의료관련 법령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면허 취소의 사유가 되는 위법 행위를 '모든 범죄'로 정했지만 이를 축소하자는 의미다. 

    야당 역시 의사 출신 이용빈 의원을 주축으로 ▲의사 의료 관련 범죄 ▲특정강력범죄 ▲성폭력 범죄로 한정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의협 측은 "과도한 면허결격사유 규정은 나아가 숙련된 의료자원의 소멸과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따른 보건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조속한 입법절차의 진행을 통해 개정 의료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시행 전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일(14일) 전체회의서 면허취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절차상 본회의 전 시행이 되기 때문에 일단 시행 후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지난 2020년 의사파업 사태로 몰아갔던 의대정원 확대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한 수 접어 의료계 입장을 고려한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 시행 후 개정'으로 예상된다. 

    실제 교통사고 등 의료행위와 무관한 위법 행위로도 의사 면허취소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타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있었다. 

    ◆ 면허관리원 설립 드라이브… 김윤 교수 징계 회부 논란도

    면허취소법 처분 기준 완화와 동시에 의협은 숙원과제인 '면허관리원' 설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협회 차원서 면허 관리 권한을 얻고 자율 징계를 통한 자정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김숙희 전 서울시의사회장이 면허관리원 설립 추진단장을 연임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추진단은 면허관리원 설립에 앞서 면허관리 권한을 정부에서 의협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의료법 및 의협 정관을 개정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의협이 징계 수위를 높여 문제 회원을 제명해도 의사면허는 유지된다. 정부에 의사면허자격 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행위도 의료법 위반사례로 묶여 있다. 

    김숙희 단장은 "자율규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일부 극소수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선제적이면서도 엄중한 접근을 통해 자율징계를 통한 자정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면허 관리 권한을 얻고자 하는 것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과 최근 논란이 된 의대정원 확대를 옹호하는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등 의협의 입장과 다른 의사들을 징계하기 위한 조건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면허취소법은 축소돼야 함이 마땅하며 협회 차원서 면허 관리를 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대리수술, 마약 등 문제에 휘말린 회원들은 선제적으로 징계하는 것이 마땅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김윤 교수 등 집행부와 입장이 다른 회원을 징계하기 위한 면허관리원 설립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김 교수 징계 건은 의대정원 주장이 아니라 협회가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해온 것처럼 호도하고 '밥그릇 지키기'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의사 전체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이 있어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