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 '속도조절'신공장 건설 계획 잇따라 '연기'직격탄 맞은 LG엔솔, SK온… 투자 지연에 인력 감축까지장비 등 협력사까지 파장… '배터리 생태계' 어려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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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배터리 업계에 때아닌 한파가 불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신증설 투자 지연에 이어 감산 및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최근 포드, 코치가 체결한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철회했다. 당초 3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튀르키예 바슈켄트 지역에 약 25GWh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향후 이를 45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최종 결렬됐다. 

    SK온도 포드와 합작으로 짓기로 했던 미국 켄터키 2공장 역시 연기를 검토 중이다. 양사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2공장 가동 시기를 잡았지만 포드의 전기차 투자 계획 축소에 따라 생산 일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양사의 투자 계획 지연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LG엔솔은 미시간주 현지 법인 인력 17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이는 근무 인력(1500명)의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단기적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결정으로 중장기 투자 프로젝트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온의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도 조지아주 생산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기 위해 생산 근로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휴직 기간과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셀 제조 업체에 불고 있는 한파가 협력사까지 확산되며 전반적으로 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셀 제조 업체와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간 계약은 '선수금-후지불'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투자 지연으로 납기일이 밀리는 만큼 자금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업체에 믹싱시스템을 공급하는 티에스아이는 폴란드에 공급 계약기간 종료일을 지난달 31일 종료에서 내년으로 1년간 연기했다. 에이프로는 지난달 말 계약 종료 예정이던 2차전지 활성화장비 공급계약을 이달 말과 12월 중순으로 각각 연기했다. 

    배터리 셀 제조 공정은 크게 전극(극판) 과 조립, 화성 공정 등 세 부문으로 이뤄진다. 전극과 조림 공정은 전(前) 공정으로 나뉘며 화성 공정은 후(後) 공정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세로 완성차 업계가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초기 수요와 비교하면 증가폭은 둔화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21년에 전년 대비 115% 증가했으나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계도 전략을 수정한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와 계약을 맺고 있는 포드의 경우 12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설비투자 계획을 연기하고 올해 말까지 60만대를 목표로 했던 연간 전기차 생산량을 40만대로 낮췄다. 이에 따라 2026년 200만대를 판매하겠다던 목표 달성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2년동안 누적 40만대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백지화하고, 혼다와 추진했던 보급형 전기차 플랫폼 개발 계획도 철회했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2026년 독일 볼숨고프스부르크에 짓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안을 연기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늦추겠다고 언급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전기차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향후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로 이제 막 발을 뗀 상황"이라며 "일시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