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검찰 구형 의견, 피고인 최후 진술 예정수사기록 '19만P', 공판 횟수 '105회', 증인 '80명'"경영권 승계, 그룹 지배력 강화 위해 불법 이뤄졌다" 시민단체 의혹서 출발'수사중단-불기소' 권고 했지만 검찰 강행… 수심위 의견 뒤집은 첫 사례 기록1심 결론 나도 검찰, 변호인단 항소 전망…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지속 불가피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합병 및 바이오 회계 의혹 재판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는 오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최치훈·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현 고문) 등 14명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을 연다.

    결심 공판에서는 오전에 약 2시간 동안 검찰의 피고인별 구형 의견과 양형 사유를 설명하고 오후에는 변호인들의 최종의견 진술과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이어질 예정이다. 

    삼성물산 합병 및 바이오 회계 의혹 재판은 지난 2021년 4월 첫 재판이 열린 이후 공판 횟수만 105회에 달한다. 검찰 수사 기록만 19만 페이지에 달하고 증거 목록은 책 네 권에 이를 정도로 쟁점도 많다. 증인도 80여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재판부의 선고는 최종 변론을 마치고 한 달 후쯤 이뤄지지만 사건이 워낙 방대해 내년 초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불법이 이뤄졌다는 시민단체의 의혹에서 출발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20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는 6월 승계 과정 불법성 논란에 대해 비공개 회의를 열고 심의한 결과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로 결론을 내렸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2018년 도입한 제도다. 과거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단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었지만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며 수심위 권고를 뒤집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핵심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으로 요약된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당시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 였다. 이 비율은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였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실제로 증인 대부분은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상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공통된 증언을 내놨다.

    당시 삼성물산이 경영 상황 등을 감안하면 합병은 불가피했고 주가도 인위적으로 조작이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0년 해외 발전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양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조직 비대화와 무리한 저가 수주 경쟁에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지난 2014~2015년 국제유가가 50달러 이하로 급락해 건설업계 수주도 줄어들고, 중동지역 수주했던 프로젝트도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이에 사우디, 캐나다, 카타르 등 해외 프로젝트의 누적손실은 3800억에 달했다. 6조5000억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도 공사지연으로 2015년 하반기에만 9700억의 손실이 발생해 주가도 폭락했다. 또한 국내주택사업도 포화상태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결국 지난 2015년에는 적자전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논의됐고 합병 비율은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산정됐을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총회 표결 결과 전체 주주의 69.53% 찬성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이 가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의 관여도 없었다는 게 증인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구 물산 잠재손실이 반영됐음에도 영업이익은 증가 및 부채비율 감소, 신용등급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정 회계 처리 의혹은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회사)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회사)로 변경해 회계처리 한 것과 에피스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부분이 주요 쟁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바이오젠과 자회사인 에피스를 합작해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에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검찰은 삼바와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2012년부터 공동지배하고 있었으나, 단독지배를 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삼성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존재했으므로 2012~2014년 삼성에피스에 지분법이 적용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콜옵션 존재 자체만으로 경제적 실익을 가질 수 있어 에피스는 설립 당시부터 삼바의 단독 지배가 아닌 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과 약정한 콜옵션 사실을 고의로 은폐해, 콜옵션 상당 부채를 감췄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율을 낮추고 콜옵션을 부여받은 것은 자본금이 부족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이 바이오젠에 지분율 50:50을 제안했지만, 바이오젠의 요구로 변경된 점과 콜옵션 행사 후 4년이 지나지 않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로직스에 전량 매도한 것만 봐도 바이오젠이 자회사로 두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에 대한 공시 및 고의 누락은 없었다는 게 삼성 변호인 측 설명이다. 바이오젠이 사업보고서에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의 201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바와 함께 설립한 에피스에 대해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공동지배에 대한 표현 없이 '상당한 영향력(significant influence)'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회사로 처리해 왔다.

    또한 ‘삼바는 경제적 성과에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지시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보유한다’며 삼바가 에피스를 단독경영한다고 공시돼 있다.

    한편 1심 결론이 난 뒤에도 검찰 및 이 회장 측 항소가 예상되는 만큼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