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출신 안동일 사장, 5년만에 현대제철 떠나모비스 전동화, 현대제철 사업구조개선 힘 실려한 달 앞선 인사, 내년 계획 앞당겨 마련 취지
  • ▲ 왼쪽부터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내정자,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내정자 ⓒ현대자동차그룹
    ▲ 왼쪽부터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내정자,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내정자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가운데 그룹 주요 계열사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에 현대차 출신이 중용됐다.

    현대차그룹은 17일 2023년 하반기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이규석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부사장을, 현대제철 대표이사로는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을 각각 승진, 내정했다.

    주력 계열사가 현대차 출신으로 채워지는 모습이다.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 등 관련 계열사 대표들도 모두 현대차를 거친 인물들이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도 현대차그룹 연구원 출신이었다.

    예외였던 현대제철도 현대차 출신이 장악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현 사장은 내부 출신이 아닐뿐더러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제철소장을 역임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70년 역사를 가진 현대제철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19명 가운데 유일한 포스코 출신이라는 독보적 입지를 가졌다.

    안동일 사장이 5년 전 현대제철로 옮긴 데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조직 체질개선을 위한 의중이 읽힌다. 포스코에서 재직한 경험을 살려 외부인의 시선으로 현대제철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 포항·광양 두 제철소장을 모두 지낸 안 사장의 기술 노하우도 현대제철에 충분히 전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현대제철 대표로 선임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내정자는 2019년 안동일 사장이 현대제철로 옮길 당시 CFO로 재직한 바 있다. 서강현 당시 재경본부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작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제철은 2019년 11월 창사 이래 첫 사무직 직원 대상 명예퇴직을 실시한 이후, 2020년 2월에는 순천공장의 단조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전문 자회사 ‘현대IFC’를 설립했다. 2020년 3월에는 서울 잠원동 현대제철 사옥을 매각했고, 6월에는 충남 당진공장 전기로 열연공장 설비를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서강현 재경본부장을 중심으로 시행한 자산 매각과 사업부문 개편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대제철은 2021년 영업이익 2조3000억원, 영업이익률은 11.5%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서 내정자에게 현대제철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수익성 확보 등 사업구조 개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현대모비스는 조성환 현대모비스 현 사장이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직무를 맡게되면서 생길 수 있는 이해충돌문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ISO는 글로벌 167개 회원국을 보유해 자동차, 조선 등 산업분야 국제 표준을 개발하는 기구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한국인 최초로 ISO 수장으로 선출돼 현재 당선자 신분으로 활동 중이다.

    현대모비스 사장에 내정된 이규석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은 구매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략 자재를 적시에 확보하며 생산 운영 최적화에 힘써 그룹 실적개선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동화 전환을 중심으로 한 현대모비스 신사업 전략 수립과 실행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는 예년 대비 한 달가량 앞당겨진 데에도 의미를 더한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조기에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연말 인사를 앞당겨 시행하면서 사장단 인사에 이어 내달 정기 임원인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어수선한 인사 시기를 서둘러 마무리해 혼란을 줄이고, 내년 사업계획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