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절차 통합·간소화…사업기간 최대 6개월 단축사업시행계획안 전문가 자문 의무화 '전면폐지'주민갈등 봉합책 '지지부진'…사업철회 사업장도사업추진 사업장 줄이탈…"속도보다 사업성 개선"
  • ▲ 서울의 한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모아타운을 둘러싼 주민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호 사업장인 서울 광진구 자양4동을 시작으로 강남권에서도 찬반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 19일 모아타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이해관계자간 갈등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속도전'에 방점을 둔 모아타운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심의절차를 간소화해 사업기간을 최대 6개월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기존 도시재생위원회에서 운영하던 통합심의위원회를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위원회'로 재편했다. 통합심의 기능을 기존 건축·도시계획분야에서 경관·교통·재해·교육/환경분야까지 확대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이와 함께 규모가 작은 사업장 경우 10명이하 소위원회를 운영, 심의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업시행계획안에 대한 전문가 사전자문의무화 방침을 전면폐지하는 등 심의절차도 간소화했다.

    최근 불거진 주택공급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모아타운 진입장벽을 낮춰 최대한 빠른기간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또 일각에선 내년 총선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시는 2026년까지 모아타운 100곳을 지정고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곳은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 금천구 시흥동 등 67곳이다.

    다만 업계에서 바라본 모아타운 전망은 썩 밝지만 않다. 사업지연 주요요인으로 꼽히는 주민간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모아타운 1호 사업지인 자양4동은 반대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미 사업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7월 광진구청이 공개한 주민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토지면적 7만1050㎡ 가운데 3만4234㎡(48.2%)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이유중 가장 많은 답변은 '현재 상태로 만족한다'였다.

    강남구 개포2동‧일원동과 서초구 반포1동‧방배동, 송파구 삼전동 등 강남권에서도 모아타운은 좀처럼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구청에 모아타운 공모를 신청했지만 낮은 주민동의율과 구 예산부족 등으로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 없이 무리하게 사업속도만 높일 경우 주민갈등과 사업지 줄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모아타운을 안착시키려면 찬성·반대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당근책이 필요한데 이 시점에 사업속도에만 방점을 둔 것은 아쉽다"며 "아무리 심의절차를 간소화해도 주민협의 단계에서 막히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말했다.
  • ▲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 ⓒ뉴데일리DB
    갈등의 두축은 모아타운 추진에 반대하는 '원주민'과 찬성하는 '외지인'이다. 반대측 원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부터 사업지내에서 임대사업을 해온 고령주민들이다.

    서초구 한 모아타운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애초에 모아타운은 소규모인데다 공공성에 방점을 둔 사업이라 타 도시정비사업보다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모아타운 추진시 임대수입이 끊기고 얻게 되는 수익도 크지 않아 찬성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간 협의 없이 무턱대고 사업지만 늘리면 반대여론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모아타운 반대소유주들은 최근 '단독·다가구·상가주택 소유주연합'을 결성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연립·다세대 주택 소유자들과 투자목적으로 매물을 사들인 소유주들은 모아타운 추진에 찬성하고 있다. 전세사기 등으로 빌라매매‧전세시장 침체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국면에서 용적률 상향, 사업절차 간소화 등 혜택이 부여되는 모아타운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찬성측 입장이다.

    사업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모아타운은 노후기준이 20년으로 재건축보다 짧고 주민동의율 30%만 받으면 신청가능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훨씬 낮다"며 "그만큼 일부 찬성측 주민주도로 사업을 추진했다가 추후 비대위 등이 난립해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가 적잖아 현실적인 갈등 중재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속도전보다는 사업성 개선 등을 통해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올초까지만 해도 대형사들이 소규모 정비사업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후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쓰나미처럼 빠져나갔다"며 "지자체 주도로 사업성을 강화하고 모아타운 참여규모를 확대해야 시공사선정 등에서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에서는 사업기간만 단축되더라도 사업성 상향으로 직결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모아타운은 여러 소규모 사업지를 통합해 추진하는 만큼 주민갈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몇년내 공급 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