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국립의대 필두로 대진대·한경대·서울시립대·인천대 등 드라이브지역구 의원-지자체장 협력체계 구축 붐 지금도 일부 의대는 기초의학 교수 부족 마구잡이 신설시 서남의대 사태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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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파업 예고 등 의료계 반발이 거센 상황인데 전국적으로 의대를 신설하자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의사 확충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총선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 28일 전남지역 정치권 여·야 4당은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협약서에 서명한 뒤 정부에 지역의대 신설 확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박명기 정의당 전남도당위원장, 이성수 진보당 전남도당위원장, 서동욱 전남도의회 의장 등은 내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당이 국립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의대 신설을 위한 범도민추진위원회를 출범하며 "내년 1월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 시 정원 100명의 전남도 국립의대 신설 방침 확정과 신설 로드맵도 함께 발표해달라"고 했다.

    경기 북부에서도 의대 신설 드라이브가 걸렸다. 포천시 소재 대진대학교에 의대를 유치하기 위해 포천시의회는 '의과대학 신설 및 의대 정원 배정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경기북부 의대설치 특별법을 발의한 데 있어 최춘식 의원 역시 대진대에 의대를 신설하고 입학정원을 배정해 달라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백영현 포천시장과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분당 제생병원을 운영 중인 대진의료재단이 동두천에 제생병원 건립사업을 성공함과 동시에 대진대에 의대 신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남부권도 안성시 소재 한경대학교에 의대를 설치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한경국립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냈고 김보라 안성시장, 이원희 한경대 총장과 상호업무협약을 맺었다. 최 의원은 내년 총선 안성 지역구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권에서는 서울시립대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안건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기여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했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후보였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립대 산하 공공의대 공약을 내기도 했다. 

    인천시 역시 인천대학교 공공의대 설립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 인천시 차원서 인천시정 공공의대설립 TF를 발족했고 의대 설치를 준비 중이다. 인천대 차원서도 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 '미니 의대' 교육역량 역부족인데… 마구잡이 신설시 서남의대 재현 우려 

    의대 증원을 넘어서 정치권과 지자체의 의대 신설 요구가 거세지만 이는 국민 건강권 확보를 간판으로 내걸고 총선을 대비한 '정치 도구화'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현재 국내에서 정원 50명 미만의 전국 17곳 미니 의대가 존재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진이 부족하다. 지방의대의 상황도 동일하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전국 40곳의 의대에 실시한 수요조사 당시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의 의대 증원규모에 갈등이 있었는데 근본적 이유는 '실질적 교육역량' 때문이다. 

    의료계는 현 의대정원 3058명 대비 2배를 늘리자는 수요조사 결과치를 두고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으로 치부했다. 이는 곧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규정됐다. 

    결국 의대 증원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부와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후 총파업을 시사했다, 지역간 의료격차, 필수의료 살리기 일환으로 의사 확충이 진행되다가 환자를 볼모로 당장 의료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가뜩이나 증원 규모도 확정되기 전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의대 신설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중론이다. 지방 국립대에 의대를 만든다는 것은 실습 등을 위해 대학병원 또는 그 분원을 함께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순서가 뒤바뀐 정책과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며 "증원을 해도 필수의료로 갈지에 대한 구체 셈법이 마련되지 않아 논란인데 아예 판을 뒤흔드는 의대 신설 요청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의대 신설을 주요 공약으로 삼은 정치인과 지자체가 만약 성공했다고 해도 과거 서남대 의대 사태와 같은 부작용이 재발할 것"이라며 "의사를 길러낼 역량이 먼저 확보되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