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지분 25% 제한합작공장 지분 추가 확보해야"美시장, 中공급망도 포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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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중국 자본의 지분율 25% 이상을 가진 배터리 합작사를 '해외우려기업'(FECO)로 지정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FECO의 배터리 부품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의 초강수에 앞서 중국 기업과 손잡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부담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FEOC 세부 규정을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보조금 7500달러를 지급하되 FEOC 부품과 광물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최대한 중국 측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세부 규정에서 배터리 합작사의 중국 자본 지분 허용률은 당초 예상됐던 50%보다 더 엄격한 25%로 제한됐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서 중국 측이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합작회사를 FEOC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반도체와 전기차 산업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세계 배터리 업계가 중국산 핵심광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FEOC 규정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는지가 관심사였다.

    이날 미국 에너지부는 FEOC를 규정하면서 인프라법을 원용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소재하거나 중국에서 법인 등록을 한 기업에서 핵심광물을 조달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세계 어느 기업도 중국에서 배터리 부품과 소재·핵심광물을 채굴·가공·재활용·제조·조립만 해도 FEOC에 해당된다. 다만 미국 정부는 대신 중국 영토 외에서 설립된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회사는 중국 정부의 지분을 제한하는 조건을 허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가 합작회사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지분을 25% 이상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면 합작회사를 '소유·통제·지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IRA 원산지 요건을 우회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외국의 배터리 업계에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과 합작회사도 '25%' 규정을 준수하면 보조금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중국과 합작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LG화학·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국내 주요 배터리·소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모로코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양극재·전구체와 같은 핵심 소재를 만들어 북미에 공급하면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양국 기업이 지금까지 합작법인 형태로 공동투자한 프로젝트는 20곳이 넘고 투자 금액만 수십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기업들은 중국와의 합작 지분율을 51대 49 정도로 설정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강도 높은 규제를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 모로코 등지에서 전구체·양극재 합작공장을 추진 중인 LG화학은 FEOC 규정에 따라 지분 전량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25%로 설정돼 추가 지분 확보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두 시장에서의 한 곳만 선택할 순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