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위기 돌파 및 조직 쇄신 적임자 평가친‧사촌 형제 중심 경영권 강화… 책임 경영 강화 일환경영권 분쟁 가능성↓… 내실 다지고 미래 사업 구상
  • ▲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SK
    ▲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SK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그룹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됐다. 그동안 독립적으로 경영 체제를 꾸리던 최 부회장이 SK그룹 핵심 요직에 자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7일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하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수펙스 의장이 바뀐 건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1964년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최종건 SK그룹(구 선경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이다. 여의도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31세가 되던 해 선경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SK케미칼과 SK글로벌, 워커힐,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에서 기획과 재무 업무를 담당했다.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과 SK건설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회사 측은 최창원 의장 선임에 대해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들의 의견이 모아져 신임 의장에 선임됐다"고 말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경영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수펙스(SUPEX)란 초일류를 뜻하는 'Super Excellent Level'의 줄임말로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직접 지었다. 

    SK그룹은 2013년부터 '따로 또 같이 3.0' 체제에 돌입한 이후 각 관계사에 자율경영과 의사결정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각 계열사 CEO들은 자율적으로 참여할 부문별 6개 위원회와 특별위원회인 ICT 기술성장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지주회사인 SK(주)는 경영실적 평가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위원회에 이양했다. 사실상 수펙스는 그룹 전반을 살피고 각 계열사의 역할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수펙스 의장 자리가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위원장 자리는 손길승 SKT 명예회장(전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 김창근 전 의장으로 이어지다 지난 2016년 12월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세대교체하면서 조대식 SK(주) 대표에게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겼다. 

    이처럼 중요한 자리에 최태원 회장이 최창원 부회장에게 맡긴 것은 SK그룹이 그만큼 위기라는 걸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게 재계 시각이다. SK그룹은 그간 사업 확대로 계열사가 200개에 육박하면서 내실 있는 성장은 어려웠다. 계열사 간 중복 투자로 비용은 증가한 반면 시너지 효과는 기대만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SK그룹의 재무 부담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올 상반기 SK그룹의 총차입금은 119조원, 2018년(44조원)과 비교해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순차입금 또한 2018년 30조원에서 85조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SK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SK하이닉스까지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현금 창출 동력까지 잃자 위기감은 더욱 팽배해진 상황이다.  지난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 이후 7여년 만에 최 회장이 '서든 데스(돌연사)'를 재언급한 것도 이 같은 경영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최 회장은 현재 위기를 돌파하고 조직을 쇄신시킬 수 있는 인물로 최 부회장을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평소 최 부회장과 남다른 형제애를 보인데 이어 경영능력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진중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 워커홀릭으로 불린다. 특히 전략적 판단 능력도 뛰어나 미래 사업 구상과 안정을 동시에 꾀하는 데 적격이라는 평가다.

    특히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점도 최 부회장을 수펙스 의장에 기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거론된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최창원 부회장(1964년생)보다 한 살 많다. 

    여기에 지분관계도 엮이지 않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없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17.59%의 SK㈜ 지분을 통해 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0.36%에 불과하다. 2대 주주는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6.5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창원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은 사실상 SK그룹과 지분관계가 정리된 상태다.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SK케미칼·SK가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계열사를 둔 소그룹 체제를 이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그룹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시선도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승계)와 관련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나만의 계획은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에서 전략투자팀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신약 개발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 중이다. 차녀 민정씨는 해군 장교로 복무한 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다 휴직했다. 이후 미국의 원격 의료 스타트업에서 자문역을 맡았다. 장남인 인근씨는 SK E&S 북미법인 패스키 소속이다. 

    이에 따라 친‧사촌 형제를 중심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함은 물론 자녀가 경영권을 물려받기까지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